현대물리학의 기반을 마련한 평화주의자, 아인슈타인 송성수  (Homepage) 2008-12-19(금) 15:14:57, 4084

<기계저널> 2009년 1월호에 게재 예정인 아인슈타인에 관한 글입니다. ------------------------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공식으로는 F〓ma와 E〓mc²가 꼽힌다. 두 공식을 만든 사람은 과학의 천재로 간주되고 있는 뉴턴(Isaac Newton, 1642～1727)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다. 두 사람이 중요한 과학적 업적을 이루었던 1666년과 1905년은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로 불린다. 뉴턴은 1666년에 만유인력의 법칙, 미적분학, 색깔 이론을 고안하였고,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상대성 이론, 광전효과(光電效果), 브라운 운동 등에 대한 논문을 잇달아 출간하였다. 천재는 과학적 업적도 한꺼번에 내놓는 모양이다. 아인슈타인은 1879년 3월 14일에 독일 울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인슈타인은 유럽인들의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 어떤 선생이 수업 시간에 대못을 보여주며, 유대인은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반유대주의는 아인슈타인이 존경 받는 과학자가 된 후에도 그를 괴롭혔다. 아인슈타인은 삼촌의 도움 덕택에 일찍부터 수학과 과학에 대한 좋은 서적을 접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12살 때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접하면서 그것의 명확성에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스스로 미적분학에 집중하여 공부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1886년에 뮌헨의 루이트폴트 김나지움에 입학하였다. 그는 수학과 과학 수업은 좋아했지만, 라틴어와 그리스어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그 학교는 엄격한 독일식 훈육을 표방하고 있어서 아인슈타인은 학교생활에 회의를 느꼈다. “뮌헨의 김나지움은 수업 방식에 문제가 있어요. 딱딱하고 무거운 수업 분위가 싫어요. 암기만을 강요하는 그런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아인슈타인은 병원에 가서 신경쇠약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에 진단서를 휴학원과 함께 학교에 제출하였다. 1894년에 아인슈타인은 김나지움을 졸업하지 못한 채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갔다. 당시에는 독일에서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가족을 데리고 이탈리아로 와서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가족의 권유를 받아들여 전기공학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김나지움의 졸업장이 없었기 때문에 독일의 대학에는 진학할 수가 없었고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위스의 학교를 택해야 했다. 결국 아인슈타인은 취리히에 있는 연방공과대학(Eidgenössische Technische Hochschule, ETH)에 진학하기 위해 입학시험을 쳤는데, 수학과 물리학 성적은 뛰어났으나 다른 과목에서는 낙제를 했다. 그는 교수의 권유로 불충분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하여 스위스의 아라우에 있는 아르가우 칸톤 학교를 1년간 다녔다. 아인슈타인은 1896년에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 입학하였다. 유명한 수학자인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가 아인슈타인을 “수업 시간에 아주 게으른 학생”으로 평가했듯이, 아인슈타인이 매우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멀리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물리실험 수업에는 아주 열심히 참여하였고, 학교 수업과는 별도로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맥스웰(James C. Maxwell), 헤르츠(Heinrich R. Hertz), 로렌츠(Hendrik Lorentz) 등과 같은 물리학 대가들의 책을 집중적으로 독파하였다. 아인슈타인은 1900년에 연방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1901년부터 5년 동안 스위스 베른에 있는 연방특허국에서 근무하였다. 1905년은 놀라운 해였다. 그 해에 아인슈타인은 다섯 편의 논문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빛의 발생과 변화에 관련된 발견에 도움이 되는 견해에 대하여”(3월), “분자 차원의 새로운 결정”(4월), “정지 액체 속에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의 운동에 대하여”(5월),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6월),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9월)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4월 논문을 제외한 네 편의 논문은 저명한 학술지인 <물리학 연보>(Annalen der Physik) 제17권에 실렸다. 3월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빛을 포함한 전자기파들이 에너지 덩어리와 같은 움직이는 입자라는 가설을 세웠고 이를 통해 금속에 빛을 쏘이면 전자가 튀어나와 전기가 흐른다는 광전효과를 설명하였다. 4월 논문은 분자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서 그 논문으로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5월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이 물분자가 꽃가루 입자에 부딪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 통계분석을 이용하여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꽃가루의 이동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였다.   1905년 6월 논문은 상대성이론에 관한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과 전자기학의 불일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즉, 등속운동을 하는 두 좌표계에서 관측되는 모든 역학법칙이 동일한 형태를 취한다는 상대성원리가 전자기학의 법칙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아인슈타인은 광속도 불변의 원리를 바탕으로 등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측자들에게 전자기학 법칙이 불변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그 결과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측자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고, 당시의 전자기학이 가정하고 있었던 에테르(ether)라는 가상적인 물질의 존재가 부정되었다. 9월 논문은 전자기학 이외의 다른 문제들에도 상대성이론을 적용한 것으로서 그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질량-에너지 등가원리로 불리는 E〓mc²를 제안하였다. 이러한 업적으로 인하여 아인슈타인은 샛별과 같이 유망한 과학자로 부상하였다. 그는 1909년에 취리히 대학의 이론물리학 특별교수가 되었고, 1911년에는 프라하 대학의 교수, 1912년에는 자신의 모교인 연방공과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1907년 이후에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일반상대성이론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약 10년에 걸친 노력을 바탕으로 1916년 3월에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라는 논문을 <물리학 연보>에 발표하였다. 그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흔히 만유인력으로 불리는 중력의 효과가 그 중력을 받고 있는 관측계의 가속도효과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어서 중력효과 자체를 시간과 공간의 구조 속에서 흡수시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이 4차원 구조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시공간 자체가 휘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의 곡면기하를 통해 다루어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의 논문에서 자신의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사례로 수성의 근일점이 1세기에 43"만큼 궤도상에서 돈다는 점과 빛이 중력장 속에서 굴절되며 적색편이를 보인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그 중에서 수성의 근일점이 궤도상에서 돈다는 것은 이미 19세기 중반에 관측된 바 있었다. 태양 주변에서 빛이 굴절되는 현상은 1919년 5월 29일의 개기일식 때 영국의 탐사대에 의해 처음으로 관측되었다. 같은 해 11월 6일에 소집된 영국 왕립학회와 왕립천문학회의 합동회의에서 에딩턴(Arthur S. Eddington)을 비롯한 영국의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확증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다음 날에 이 사실이 언론기관을 통해 대서특필되면서 아인슈타인은 과학계를 넘어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인사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직후부터 숱한 강연을 다녔다. 그는 여러 도시에서 강연을 했는데, 주로 3등 열차를 이용했으며 항상 바이올린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중국에서의 강연을 마치고 일본으로 가던 길에 1921년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의 노벨상은 “이론물리학에 기여하고, 특히 광전효과의 법칙을 발견한 공로로” 주어졌다. 당시의 노벨물리학상은 이론보다는 실험을 강조하고 있었고, 혁명적 이론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탁월성을 충분히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이 우연이나 확률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1927년에 양자역학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이 등장한 이후에 아인슈타인은 그것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하였다. 아인슈타인은 1927년 10월에 개최된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 보어(Niels Bohr)를 만나 양자역학의 성격에 대하여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신은 교묘하지만 심술궂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보어는 “신이 어떻게 우주를 관장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1932년 12월 10일에 아인슈타인은 독일을 영원히 떠났다. 원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을 둘러본 후에 다시 독일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아인슈타인은 그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나치가 권력을 사실상 거머쥐면서 유대인들이 독일을 도망쳐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실제로 나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유대인의 물리학”이라고 폄하하였고, 그가 소장하고 있었던 책을 불사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1933년부터 죽을 때까지 미국 프린스턴에 있는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교수로 지냈다. 프린스턴에서 아인슈타인은 20년 이상을 거의 변화가 없는 생활을 유지했다. 그와 아내는 소박한 2층 목조가옥에서 살았으며, 세계 각국에서 방문하는 손님들을 소박하게 대접하였다. 그의 연구실에는 칠판과 책상과 의자, 그리고 논문들이 쌓인 선반 이외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었다. 그 곳에서 아인슈타인은 통일장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였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아인슈타인에게 실험실을 보여 달라고 하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며, “내 실험실은 여기에 있습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미국에 있으면서 독일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하나하나 들었다. 그는 열정적으로 반전을 주장했으나 이제 전쟁에는 예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전쟁은 나치를 종식시키는 전쟁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히틀러 제국에서 탈출한 사람을 돕는 일에 헌신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유대인과 망명자들을 위해 수많은 추천서를 썼다. 1939년에는 나치가 먼저 원자탄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바탕으로 실라르드(Leo Szilard)와 함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경계를 해야 하며 만일 필요하다면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1945년에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되자 아인슈타인은 “오, 슬프도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였다. 1946년에는 몇몇 과학자들과 함께 핵과학자 비상회의를 설립하여 핵무기의 국제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1955년에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러셀(Bertrand Russell)과 함께 핵무기 폐기와 과학기술의 평화로운 이용을 호소한 선언문을 작성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우리는 단지 의도만 해서는 안 되고, 세계 안전에 필요한 속박된 권위에 우리 자신을 복속시키려는 적극적인 열성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아인슈타인은 1948년에 혈관확장증으로 인하여 복부의 대동맥류가 터질 위험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수술을 거부했다. “내가 원할 때 가고 싶다.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1955년 4월 18일에 76세의 일기로 평화로이 눈을 감았다.

최영도		아인슈타인의 일대기를 영화로 보는 듯합니다. 자칫 딱닥해 지기 쉬운 과학에 관한 얘기를 재밌게 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12-19 15: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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