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탄 다시 보기 송성수  (Homepage) 2008-11-28(금) 15:18:12, 3469

원자탄 다시 보기 1. 독일이 원자탄 개발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상반된 견해가 있다. 하이젠베르크를 비롯한 독일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조국을 위해 군사무기를 개발하는 데는 참여했지만 원자탄을 나치가 보유하게 되면 불상사가 발생할 지 모르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태업을 벌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나치가 핵무기를 만들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양심적인 독일 과학자들의 방해공작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하이젠베르크 본인의 저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의 문제가 있다) 또한 많은 과학자들의 망명으로 연구능력이 크게 약해진 상태에서 독일이 원자탄 개발이라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으며, 독일의 연구팀은 이론물리학자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우라늄 연구가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고 그것을 산업적·군사적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더 나아가 1942년 당시에 독일은 유리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 곧 끝나리라 생각했고 이에 따라 많은 시간과 자원이 요구되는 원자탄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사실상 독일은 원자탄보다는 V-2 로켓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였다. 2. 원자탄을 둘러싼 과학기술자들의 행동방식은 매우 다양했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과학자로서 1939년에 미국이 원자탄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던 실라르드(Leo Szilard, 1898～1964)는 원자탄이 개발된 후에 그것의 투하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미국의 원자탄 독점이 야기할 문제점을 곰곰이 생각했던 푹스(Klaus Fuchs, 1911～1988)는 1944년부터 소련에 맨해튼 계획의 내용을 보고하는 스파이 노릇을 했다. 핵분열 현상을 발견했던 한(Otto Hahn, 1879～1968)은 자신의 발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크게 괴로워했다. 사이클로토론을 개발했던 로렌스(Ernest O. Lawrence, 1901～1958)는 원자탄이 전쟁을 조기에 종료시켜 희생자를 줄였다고 주장하였다. 맨해튼 계획의 과학기술 부분 총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 1904～1967)는 나중에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함으로써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쓰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텔러(Edward Teller, 1908～2003)는 원자탄을 개발하면서 수소폭탄의 기술적 가능성이 드러나자 그것의 조기 개발을 주장하여 1950년대에 그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활동하였다. 내가 당시의 과학기술자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3. 시기를 앞당겨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당시로 돌아가 보자. 1939년에 전쟁의 기운이 감지되면서 몇몇 과학자들은 1938년 말에 발견된 핵분열 현상이 군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그것은 실라르드가 1939년 2월에, 졸리오(Frederic Joliot, 1900～1958, 마리 퀴리의 사위)가 같은 해 3월에 핵분열의 연쇄반응을 발견함으로써 더욱 증폭되었다. 실라르드는 핵분열 연쇄반응이 무서운 무기 제작에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고,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와 함께 과학자들이 핵분열에 관한 학술정보를 출간하는 것을 금지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졸리오는 자신의 발견에 흥분한 나머지 <네이처>에 핵분열 연쇄반응에 관한 논문을 서둘러 발표하고 말았다. 졸리오의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역사에서 가정이란 큰 의미가 없지만, 만약 핵분열이나 연쇄반응이 제2차 세계대전의 시기와 겹치지 않았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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