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주년에 만나는 다윈 송성수  (Homepage) 2009-01-28(수) 10:36:03, 3319

이번 주 금요일(1월 30일)에 부산일보 과학칼럼에 게재될 글입니다. ---------------- 오는 2월 12일은 찰스 다윈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과 함께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3대 이론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밀어냈고, 프로이트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킨 것처럼, 다윈은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탐구는 1831～1836년의 비글호 항해를 통해 본격화되었다. 비글호 여행을 마친 다윈에게 진화는 분명한 사실이 되었고,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 즉 진화의 메커니즘이 문제가 되었다. 다윈은 그 단서를 동식물 사육가들의 경험에서 찾았다. 그들은 인위선택을 통하여 인간의 필요에 적응하는 품종 쪽으로 종의 진화를 이루어 내고 있었다. 다윈은 인위선택에 대한 유비로 진화의 메커니즘이 자연선택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는 맬더스의 <인구론>을 통해 자연선택의 수단으로서 경쟁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로써 다윈 진화론의 골자인 “경쟁을 통한 자연선택”이라는 아이디어가 완성되었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탐구는 1859년에 <종의 기원>이 출간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흥미롭게도 올해는 <종의 기원> 출간 150년도 된다. <종의 기원>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진화론에 대한 가장 유명한 논쟁은 1860년에 있었던 영국과학진흥협회의 모임에서 벌어졌다. 옥스퍼드 성당의 주교 윌버포스는 “다윈의 불도그”로 불렸던 헉슬리에게 “당신은 원숭이를 조상으로 믿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그 원숭이는 할아버지 쪽입니까, 아니면 할머니 쪽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헉슬리는 “윌버포스 씨, 조상이 원숭이라는 것이 그렇게 부끄러운 일입니까? 그보다도 과학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무식하게 고집만 부리는 인간을 조상으로 가진 쪽이 훨씬 더 부끄러운 것 같은데요”라고 응수하였다.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계에서도 숱한 논쟁을 낳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이가 어떻게 계승되는가 하는 유전의 문제였다. 1866년에 멘델은 완두콩 실험을 통해 유전의 법칙을 정립했지만, 멘델이 당시의 과학자사회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유전의 문제는 1900년에 멘델의 법칙이 재발견되고, 1915년에 모건이 초파리 실험을 통해 염색체가 유전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다. 이어 1930년대에는 집단유전학자들에 의해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변이도 여러 세대를 거치면 매우 이질적인 것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래서 생긴 것이 근대적 종합으로 불리는 신(新)다윈주의이다.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이 나온 시기에 스펜스는 사회진화론을 제창하였다. 스펜스는 모든 사회가 한 방향으로 진보하며 동일한 발전 단계를 거친다고 생각하였다. 사회진화론은 서구 사회가 가장 진보한 사회임을 주장함으로써 이후에 제국주의나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다윈의 진화론이 사회진화론과 종종 혼동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두 이론은 상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정해진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목적론적 진화론이 아니었고, 다윈은 자신의 이론이 인간 사회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윈은 진화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유비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였고, 당대의 정치경제사상에서도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한,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과 종교, 유전의 문제, 사회진화론 등을 매개로 숱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처럼 다윈은 경계를 넘나든 인물이자 풍성한 식탁을 차려놓은 사람이다. 우리가 다윈에게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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