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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열쇠9 - 용서, 나를 위한 선택

김영국 (Homepage)	2023-07-12(수) 05:52:16, 48526

“미운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그동안 ‘용서’를 누차 권면해온 터라 신부님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였다. 좌중은 긴장하였다. 주뼛주뼛 두리번거리기만 하고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신부님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역력하였다. 그때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신부님이 반색을 하고, 신도들의 시선도 그분에게 집중되었다. 아흔이 넘은 최고령 할아버지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설명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미운 사람이 몇 있었는데 이제 다 죽었어.”

실화인지 꾸민 얘긴지 모르겠지만, 용서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이리라. 살다보면 별 사람 다 만난다. 차라리 안 만났으면 하는 사람도 만난다. 그 중에는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시간 속에 잊혀지지만, 쉬 아물지 않거나 아물긴 해도 흉터가 남아 문득 문득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 불편함이 싫어 지우려고 애써보지만 잘 되지 않는 게 용서다. 위 얘기 속의 할아버지는 대상이 사라짐으로써 저절로 용서가 됐다고 했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나이가 드니 그런 감정을 지니고 있기가 버거웠다. 짜드라 큰 원한 따위는 없었지만 서운함, 야속함 같은 사소한 앙금도 언제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놓아버렸다. 살아남으려는 본능의 소행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고 있다.

‘스탠퍼드 용서 프로젝트’를 주도한 프레드 러스킨 교수는 그의 저서 ‘용서’의 부제를 ‘나를 위한 선택’으로 잡았다. 용서는 자신을 괴롭힌 자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용서는 과거의 감옥에 갇힌 나의 현재를 풀어주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열쇠라고 본 것이다.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이다,”라고 한 달라이 라마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용서하지 않고 원한을 품고 사는 것은 내가 독약을 마시고 상대가 죽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과격하게 비유한 사람도 있었다. 미국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용서하지 못하고 미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독으로 가득한 바닷물에서 수영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몸에 힘이 빠지고 보니 부정적 감정 하나 하나의 무게를 깨닫게 된다. 내려놓을 때마다 홀가분해진다. 부질없는 짐을 지고 끙끙거리며 살아온 지난 시간이 후회되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나쁜 놈은 평생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걸 모르고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좀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 놈은 자기가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거나 잊어버리고 살 것이다. 따라서 그 놈이 스스로 찾아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일은 절대로 없다. 내가 꽁하고 있을 때 그 놈은 룰루랄라 잘 먹고 잘 산다. 욕 많이 먹은 놈이 오래 산다는 속담도 그래서 생겼다. 용서는 그 놈의 행위를 잘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는 것도 아니고, 참는 것도 아니다. 지나간 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나의 편안함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놓아버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 놈에 대한 최선의 복수다. 용서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용서를 화해와 관련짓는 것이다. 용서는 화해가 아니다. 그 놈을 내 생에서 지우는 것이다.

‘스탠퍼드 용서 프로젝트’에서 용서의 의학적 효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분노와 절망과 스트레스를 낮춘다.
2. 낙관, 희망, 자비, 자신감을 높인다.
3. 면역체계가 개선된다.
4. 심혈관계 질환과 만성통증을 줄인다.

일본의 상담코치 노구치 요시노리는 <거울의 법칙>에서 용서하기 8단계를 제안했다.
1.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을 정한다.
2.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구구절절 적어, 그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서 버린다.
3. 행위의 동기를 찾는다.(그때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4. 그 사람에게 감사할 일을 적는다.(가능한 많이)
5. 말의 힘을 이용한다. - “나는 나 자신의 자유와 안락과 행복을 위해 00씨를 용서합니다.” “00씨 감사합니다.”(10분 이상 반복)
6. 그에게 사과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가능한 많이)
7. 그에게서 배운 점을 적는다.
8. 용서했다고 선언한다.(매일 “00씨 감사합니다.”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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