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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엵쇠8 - 자존감, 행복의 버팀목

김영국 (Homepage)	2023-06-28(수) 09:42:24, 48066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나니.
- 용비어천가 제2장에서

살아있는 나무치고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어디 있겠냐마는 작은 바람에도 자주 심하게 흔들리는 나무는 꽃을 피우기도 열매를 맺기도 힘들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작은 돌부리에도 넘어지거나 휘청거리는 사람이 있다. 크고 작은 외상에 시달린다. 대개 근력이 약한 사람이 그렇다. 그런 사람은 면역력도 떨어진다. 자존감은 정신의 근육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상처를 받아 의기소침해지거나 분노한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자책, 자괴, 자기혐오에 빠지고 만다. 이런 사람은 어떤 좋은 조건에서도 느긋이 행복을 누릴 수가 없다. 웬만한 바람에도 휘둘리지 않게 받쳐줄 버팀목이 필요하다. 그 버팀목이 자존감이다.

초한 전쟁에서 연전연승하여 항우를 패퇴시키고 유방에게 최후의 승리를 안겨준 한신 대장군의 과하지욕 胯下之辱 일화는 유명하다. 워낙 한미한 집안 출신이라 가계도 출생연도도 알지 못한다. 무예를 익힌 한신은 출세를 위해 집을 나서 한 마을을 지나다가 불량배들을 만난다. 어울리지 않게 큰 칼을 찼다며 시비를 걸어, 맞장을 뜨든지 그들의 가랑이 아래로 지나가라고 했다.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한신은 가랑이 아래로 기어서 지나갔다.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손가락질 했다. 이들과 싸워 평생을 살인자로 쫓기며 살기에는 자기가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신의 자존감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한신의 일생은 물론이고 중국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상반적이다. 자존심이 남이 나를 존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자존감은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반비례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다. 이런 사람은 남의 평판에 민감하다. 남의 눈치를 살피고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까를 노심초사한다. 만약 한신이 자존심만 강한 사람이었다면 그 불량배들을 보기 좋게 해치우고, 그렇고 그런 불량배로 평생 시골 거리를 휘졌고 다녔을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내가 나를 믿고 존중하기 때문에 남의 시선 평판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이들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 과업에 매진한다. 따라서 이들의 성취수준은 높아지고 자기의 행복을 평안히 누리며 산다. 자존감 개념의 개척자 너새니얼 브랜든은 자존감을 정신건강의 척도라고 했다. 정신건강이 좋은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높다.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금방 발딱 일어선다.

자존감은 자기존중감과 자기효능감으로 이루어져있다. 자기존중감을 높이는 첫 단계는 ‘자기수용’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드러내는 것이다. 약점과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자존감은 완벽할 때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완벽함을 포기할 때 생겨난다. 나는 체력이 저질이다. 그리고 수전증이 있다. 그걸 친구들은 다 안다. 그래서 등산길에서 “쉬어 가자”고 당당하게 외친다. 고스톱을 치거나 바둑돌을 놓을 때 손떨림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들은 이미 나의 콤플렉스 리스트에서 삭제된 지 오래다. 자기수용 다음 단계는 ‘자기자비’ 내지 ‘자기사랑’이다. 내게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실수를 하거나 결례를 했으면 자책하는 대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하고 가볍게 넘겨버리는 것이다. 모자란 것은 인간의 영역이고, 완벽한 것은 신의 영토가 아니던가. 나에게 엄격한 것은 미덕이 아니다. 혜민 스님은 남에게 사소한 친절을 베풀어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내가 좋아지기 시작하고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 친절을 내게 베풀어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자기효능감은 삶의 도전에 직면했을 때 필요한 기본적인 자신감이다. 성적 하나로 한 줄 세워 석차를 매기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대부분의 학생은 루저가 된다. 매사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발현할 수가 없다. 자기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작은 성취 경험을 스스로 많이 쌓아가야 한다. 크고 어려운 것 말고, 작고 쉬운 과업을 스스로 찾아내어 도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이어트로 10kg 줄이기보다 하루 스쿼트 10회 이상 하기가 더 낫다. 힘들이지 않고 초과달성할 수 있는 소소한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성공해 내는 것이다. 하찮아 보여도 그것들을 이루어내는 성공 경험이 누적되면서 패배주의, 무력감은 줄어들고 자기효능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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