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죽음7-스콧 니어링의 경우 김영국  (Homepage) 2023-01-20(금) 06:07:03, 43846

기쁘게 살았고, 기쁘게 죽으리. 나는 내 의지로 나를 버리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스 스콧 니어링의 죽음은 차라리 아름다웠다. 그의 삶도, 그의 나이듦도 아름다웠다. 거기에 고명처럼 얹혀진 그의 죽음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그가 평소에 입에 자주 올렸다는 로버트 스티븐스의 위의 저 말대로 그는 살다가 갔다. 그 과정을 함께 한 아내 헬렌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모습은 잘 만들어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이것을 헬렌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Li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로 읽게 된 것은 금상첨화였다. 그의 죽음을 보고 난 뒤, 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 그리고 어떻게 떠날지에 대한 생각이 더 굳어졌다. 스콧 니어링(1883~1983)은 경제학자이자 평화주의자였다. 산업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일차세계대전 당시 반전운동 대열에 앞장섰다. 대학 강단에서 축출되고 사회로부터 배척당했다.  버몬트의 시골 숲속에 돌집을 짓고 자급자족, 채식주의를 표방하며 손수 농사를 지었다. 그 척박한 생활에 평생의 반려 헬렌(1904~1995)이 찾아왔다.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와의 교제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미모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스물한 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두 사람의 생활은 시종일관 단란하고 충만했다. 두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놀이이자 즐거움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그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흥미로운 생활이 지속되었고, 모든 것을 완전하게 공유할 수 있어 어느 한 구석 부족함이 없었다. 그들의 일상을 담은 <조화로운 삶 Living the Good Life>이 출간되자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찾아와 응원하였다. 스콧은 틈틈이 강연을 하고 글을 써서 기고함으로써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쳤다. 100세 생일(1983.8.6)을 한 달 앞두고 스콧이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먹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95세까지 육체노동을 한 그에게 병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나누었기에 헬렌은 선선히 받아들였다. 그는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고자 했다. 단식에 의한 죽음은 자살과 같은 난폭한 형식이 아니다. 그 죽음은 느리고 품위 있는 에너지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라고 말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헬렌은 숲속의 동물들이 죽음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먹지 않음으로써 죽는 것을 익히 보아왔기에 자신도 그런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아내가 만들어주는 주스를 한 달 동안 마시던 그가 주스를 거부하고 물만 마시겠다고 했다. 그러는 중에도 그의 정신은 명징하고 평온했다. 찾아온 지인들을 맞이하여 대화를 나누다가 나중엔 아내 혼자 곁을 지켰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 나가며 시들어가고 조용하게 삶에서 멀어져갔다. 1983년 8월 24일 아침, 헬렌은 그의 침상 맡에서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속삭였다.(아래는 헬렌 니어링의 문장 그대로다.) “여보, 이제 무엇이든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가세요. 같이 흐르세요.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살았어요. 당신 몫을 다했구요.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세요. 빛으로 나아가세요. 사랑이 당신과 함께 가요.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잘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그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 나무의 마른 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그이는 마치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체크라도 한 듯, “좋~아” 하며 마지막 숨을 쉬고는 떠나갔다. 나는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갔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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