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도그마 경계경보 김영국  (Homepage) 2023-01-09(월) 06:26:31, 43503

All the underdogs in the world A day may come when we lose But it is not today Today we fight!   -BTS <Not Today>에서- 언더독underdog은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다. 지고 있는 개다. 사회적 약자를 가리킨다. 인간은 약자를 응원하고 동정한다. 언더독이 악전고투하여 오버독을 누르고 역전승하면 대중은 열광한다. 자신을 언더독이라 생각하는 대중은 그 약자를 통하여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현상을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라 하고, 이를 이용한 전략을 언더독 마케팅이라 한다. 설화, 동화, 영화, 드라마 등이, 대부분 착하고 가난한 주인공이 갖은 고난 끝에 나쁜 강자를 누르고 승리하는 서사구조를 가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언더독에 대한 응원을 담은 BTS의 저 노래에 세상의 언더독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에서 후보들이 가난 팔이, 역경 팔이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언더도그마underdogma는 언더독과 도그마dogma(독단적인 신념)의 합성이다. 마이클 프렐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약자는 약하기 때문에 선하고, 강자는 강하기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는 믿음을 뜻한다. 권선징악의 얘기는 하나같이 착하고 약한 사람과 강하고 나쁜 사람의 대결이다. 거기에 익숙한 대중의 머리에 약弱과 선善, 강强과 악惡이 자연스럽게 고착되었다. 거기다 오랜 세월 속에서 소수의 지배자가 다수의 백성들을 부당하게 괴롭혀왔다. 그렇다 해도 언더도그마가 올바른 생각일 수가 없다. 현실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악한 약자도 있고, 선한 강자도 많다. 사회가 민주화 되고, 세상이 투명해지고, 제도가 옛날보다 공정해졌기 때문에 언더도그마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언더도그마가 득세하고 있다. 새 세상의 역사가 짧은 것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핍박받은 트라우마를 씻어내는 데는 일정한 세월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 감성적인 민족성을 꼽을 수 있다. 언더도그마는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에는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 인정에 약한 우리는 “저 약한 사람에게 저럴 수 있나?” “가진 사람이 너무 하잖아.”라며 시비 가리기 전에 혀부터 차기 일쑤다. 법률 위에 ‘떼법’, 헌법 위에 ‘국민 정서법’이 우선하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그리고 예사롭게 보고 있다. 언더도그마가 알을 슬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우리 사회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더도그마에 눈을 뜨고 경계해야 될 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 이 도그마를 기막히게 잘 다루는 직업 선수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좌파들이 그들이다.(이들은 진보가 아니다. 철 지난 이데올로기의 근본주의자라는 점에서, 조선 후기 송시열 등 노론의 판박이다. 수구다.) 이들은 착한 척, 정의로운 척의 선수들이다. 약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하는 척 그들을 부추기고 선동하면서 자기들 잇속을 챙긴다.(윤미향이 떠오른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은 주검이다. 누가 죽으면, 어디서 냄새를 맡고는 X파리처럼 떼지어 몰려들어 시체를 파먹는 것이 그들의 주특기다. 민주화운동 때는 학생들의 주검이 그들의 먹잇감이었다. 학생들의 죽음을 부추기고 기다리기도 했다. (세월호의 방명록에 ‘고맙다’고 쓴 사람도 있었다.) 오죽하면 어느 대학총장이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호소했을까. 학생들의 죽음과 이들의 굿판이, 사그라들던 민주화 열기에 기폭제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민주화 유공자 반열에서 그 과실을 누리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거기가 끝이어야 했다. 피 맛을 본 그들은 그 이후에도 온갖 주검에 혀를 대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들의 생계수단이자 특유의 정략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재미를 보기도 했다. 2002년에 있었던 효순이 미선이 죽음을 2009년 대선에 소환하여 재미를 보고, 세월호의 비극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집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모든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척하진 않았다. 연평해전의 전사자나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했다. 심지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들의 영결식을 외면하고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순전히 개인적 비리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노무현, 노회찬, 박원순을 핍박받은 약자로 둔갑시켜 이들의 비리를 덮고 국민의 애도를 유도하였다. 밀양 송전선 갈등에는 할머니를 동원하고, 각종 시위에 청소년이나 유모차를 끌어들여 모든 사회 갈등을 언더독과 오버독의 싸움으로 포장하였다. 그들은 선수들이다. 질서정연한 시위, 깨끗한 뒷정리, 작은 바람에도 꺼질 것 같은 촛불 등으로, 국민들이 이들을 선하고, 약하고, 정의롭게 생각하게 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들 직업선수들의 놀음에 국민들이 더 이상 놀아나서는 안 된다. 언더도그마가 판치게 되면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국민들의 가치체계도 흐트러진다.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저 교활한 장난을 꿰뚫어 보고 더 이상 농락당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저들의 행태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노동자나 장애인의 불법적인 요구나 행동에, 약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응원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태원 희생자들의 유족 곁에도 역시 X파리들이 모여 목청을 돋우며 어게인 세월호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 파리들이 머쓱해지고 있다. 이들이 제풀에 꺾여 그 짓거리 그만두고 제 직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언더독에 대한 응원과 동정은 인간의 본성이자 우리의 미덕이다. 그러나 특정 세력에 의한 언더도그마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의 공적 사회는 좀 더 쿨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런 도그마가 아닌 ‘합리’가 우리 사회의 지배 질서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한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난다. “아닌 건 아닌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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