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일일일선 一日一善 김영국  (Homepage) 2019-05-02(목) 19:24:46, 2843

늘그막에 철이 들었는지 하루에 한 가지씩 착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내 능력과 성격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폼 나게 기부를 할 처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봉사활동을 시작할 용기도 없고 방법도 몰랐다. 결국 아주 소소한 일을 해놓고 오늘 할 일을 했다고 스스로 토닥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시철도 1호선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내와 나란히 노약자석에 앉아있는데 양정역에서 한 할머니가 탔다. 내가 보기에 족히 80대는 돼 보였다. 타자마자 빈자리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빈자리가 없음에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는 일반석 앞의 기둥을 잡고 힘겹게 서있었다. 모두가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젊은이에게 자리를 구걸하는 듯한 늙은이의 모습이 민망했다. 일어나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내 자리를 가리키며 가서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출구 쪽으로 갔다. 어차피 연산역에서 환승해야 하니 큰 희사도 아니다. 하늘에 맹세코 오늘의 숙제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음이 썩 개운치는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었다. 그래서 좌석 양보를 나의 소심한 선행 목록에서 뺄까를 고심하기도 했었다. 몸을 가누기 힘든 노인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양보하자고 결심한 터였다. 그런데 오늘은 좀 애매했다. 더욱이 주책에 민감한 아내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마음에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그 할머니의 말을 내게 전해주며 나의 오지랖을 에둘러 책망했다. 그 할머니는 옆에 있는 할머니가 자리를 양보한 할아버지의 아내인 줄도 모르고 투덜거리더라고 했다. “참, 별일도 다 있네. 머리가 허연 양반이 나보다 더 늙어 보이건마는 자리를 양보해쌓네. 미안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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