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사전>-이 책3 김영국  (Homepage) 2019-03-09(토) 07:20:32, 2629

시인 김소연의 산문집 <마음 사전>을 읽었다. 놀라웠다. 마음을 이렇게까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살필 수 있다니. 그리고 마음을 그렇게 소상히 설명할 수 있다니. 이를테면 어느 광고에 나오는 유쾌 상쾌 통쾌에다 경쾌까지 더해 그 차이를 드러낸 능력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얼마나 빠져들고 어느 정도 언어 감각을 타고나야 가능한 일일까. 책날개에 실린 작가의 자기소개 마지막 문장이 떠오른다.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였으므로 생활의 경영은 다음 생으로 미뤄놓고 있다.’ 인상적인 몇 대목을 옮기고 사전의 설명과 대비해보았다. *유쾌 상쾌 경쾌 통쾌 유쾌한 사람은 농담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며, 상쾌한 사람은 농담에 웃어줄 줄 알며, 경쾌한 사람은 농담을 멋지게 받아칠 줄 알며, 통쾌한 사람은 농담의 수위를 높일 줄 안다. 고민스럽고 복잡한 국면에서, 유쾌한 사람은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할 줄 알며, 상쾌한 사람은 고민의 핵심을 알며, 경쾌한 사람은 고민을 휘발시킬 줄 알며, 통쾌한 사람은 고민을 역전시킬 줄 안다. 유쾌함에는 복잡함을 줄인 흔적이, 상쾌함에는 불순물을 줄인 흔적이, 경쾌함에는 무게를 줄인 흔적이, 통쾌함에는 앙금을 없앤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는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유쾌해지고, 좋은 공간에 놓였을　때 상쾌해지고, 좋은 컨디션일 때 경쾌해지고, 지리한 장마처럼 오래 묵은 골칫거리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될 때 통쾌해진다. 나쁜 사람의 불행을 구경하며 우리는 유쾌하거나 상쾌하거나 경쾌해질 수는 없지만 통쾌해지기도 하는 걸 보면, 통쾌하다는 것의 쾌감이 위험한 수위에서 찰랑대는 감정임에는 틀림없다. #국어사전 유쾌: 즐겁고 상쾌함.   반대말-불쾌 상쾌: (기분이) 시원하고 상쾌함.   경쾌: 1.(움직임 모습 기분 따위가) 가볍고 상쾌함.        2.(음악 필치 따위가) 무겁지 아니하고 멋들어지다.   통쾌: 뜻대로 잘 풀리어 마음이 상쾌하고 시원스러움.   *질투 시기 질투는 자기가 못 가진 것을 향해서만 생기는 감정이지만, 시기는 자기가 갖고 있으면서도 생기는 탐욕이다. 질투는 시기보다 깨끗한 감정이다. 질투 때문에는 잘 될 수 있지만, 시기 때문에는 망가지기 쉽다. 스스로에게 질투는 힘이 되고 시기는 폭력이 된다. #국어사전 질투: 1 강샘.      2 시기하고 미워함 시기: 샘하여 미워함. *존경 동경 흠모 열광 존경: 존경은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취하고 있는 자세만으로 충분히 표출되기 때문이다. 내가 동경하던 그것을 이미 갖고 있는 존재 앞에서 생기는 감정이란 점 때문에, 질투와 존경은 동기가 같지만, ‘자세’ 하나로 전혀 다른 길을 간다. 존경은 이미 겸허히 흔들고 있는 백기이며..... 동경: 존경과 유사한 상태지만, 존경에 있는 것들이 부재한다. 존경은 이성적인 이유들을 각주처럼 거느린다면, 동경은 각주가 없다. 근거라는 것이 언제나 막연하고 미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존경이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하지 않는 반면, 동경은 쉽게 이동한다. 흠모 열광: 존경에 동경과 미혹이 재빠르게 섞여들 때가 흠모다. 존경에 열정이 화학작용을 일으킬 때는 열광이다. 흠모는 열광보다 느리며 대상과의 거리도 멀다. 동경과 흠모는 대상과 안전거리를 확보하지만 열광은 위험하다. #국어사전 존경: 받들어 공경함. 동경: (염원의 대상이나 상태를) 애틋하게 생각함. 흠모: 공경하여 사모함. 인격을 존경하여 우러러 따름. 열광: 너무 기뻐서 미친 듯이 날뜀. 발행: 2008 1. 20. 지은이: 김소연 펴낸곳: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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