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의 흠결4-세종대왕 김영국  (Homepage) 2018-11-25(일) 19:15:55, 2048

얼마 전 한 주간지에서 ‘세종은 성군인가’라는 논문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싸움은 재미있기 마련인데 이 싸움은 구경하기가 자못 불편했다. 무엄한 제목부터가 거북했다. 거기다 들추어낸 흠결이 너무 아팠다. 더욱 불편한 것은 논문을 쓴 사람이 근거 없이 헛소리할 사람이 아니었다. 몇 회 공방이 이어졌지만 게임이 되지 않았다. 원체 체급이 달랐다. 세종대왕은 충무공과 더불어 온 국민이 숭배하는 최고의 위인이다. 광화문 광장의 동상이나 화폐의 초상화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만약에 세종대왕이 안 계셨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문자생활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기조차 하다. 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이방원의 골육상쟁에도 눈을 감는다. 그런 일련의 일 끝에 충녕이 왕위에 오르고 그분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되어있었다면 그깟 일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논문의 핵심은 노비의 입장에서는 세종이 성군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종 대까지 노비 인구가 전 국민의 10% 전후였는데 세종 이후 급격히 늘어나 조선 중엽에는 3~40%까지 이르렀다. 그 계기가 1432년에 시행된 종모법(從母法)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종부법(從父法)이어서 자식은 아버지의 신분을 따르게 되어있었다. 이 법에 기대어 여종이 양반 남자를 유혹하여 자식의 신분상승을 꾀하기 때문에 풍속이 문란해진다는 상소를 받고 세종은 종모법을 받아들였다. 어머니가 종이면 그 자식은 무조건 종이 된다는 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었다. 양반 남자가 여종을 범하여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은 양반 집안의 종으로 등록되고 그대로 그 양반의 재산이 되는 것이었다. 한 예로 함경도 길주 최씨 양반가의 노비 숫자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추적하였다. 1417년에 2명이었던 노비가 40년 뒤인 1457년에 35명으로 늘어났다. 양반가 남자가 여종을 범하는 것이 재산 증식 수단이 되었으니, 남편과 여종의 외도를 보고 마님은 강짜를 부렸을까, 응원을 하였을까. 종모법을 시행하고 10 년이 흐른 1442년에 이해할 수 없는 법을 또 하나 보탠다. 노비고소금지법이 그것이다. 노비는 그 주인을 고소할 수 없게 하였다. 고려 때만 해도 노비는 그 주인에 대해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노비의 가격(?)도 고려 때의 3배에 이르렀다. 노비가 해방될 수 있는 길이 그만큼 멀어진 것이다.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능히 그 뜻을 펴지 못함을 불쌍히 여겨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서문을 가르치며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기렸다. 세종대왕에게 그 백성에 노비는 들어있지 않았을까. 그 시대 송나라에는 노비제를 폐지하기도 했는데 그 영특하신 분이 탐관들의 속내를 읽지 못하고 어찌 저런 악법을 만드셨을까. 가슴 아픈 일이다. *뱀발 이 아픈 글을 쓰는 까닭은 박정희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서다. 세종대왕에게 이런 흠결이 있음에도 우리가 그분에 대한 존경을 거두지 않는 것은 그분이 우리에게 세계 최고의 문자 한글(지난 10월 방콕에서 개최된 제2회 세계 문자 올림픽에서 1회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을 남겨주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떤 위인에게 허물이 있더라도 그 허물을 덮을 만한 위업이 있다면 그분을 위인으로 숭배하고 있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박정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친일행각, 쿠데타, 독재, 장기집권을 들춘다. 다들 역사가 평가할 사항들이지만 설사 그 허물들을 다 인정한다 쳐도 그 정도야 그분 위업의 귀퉁이로도 덮고 한참 남는다. 그분은 5천년 묵은 가난의 멍에를 벗겨주었다. 지금 세대는 절대 가난을 모른다. 나는 유소년시절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그 가난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숙명인 줄만 알았던 그 가난의 넝마를 그분이 벗게 해주었다. 그 위업을 바탕으로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고, 그 위업이 있었기에 민주화도 가능했다.(경제 뒷받침 없는 민주국가를 보았는가.) 반만년 동안 우리가 언제 오늘처럼 세계 속에 우뚝 선 적이 있었던가. 언제 중국산을 국산 밑에다 두고, 언제 대한민국 서민이 중국에 놀러가서 그곳 여인들의 서비스를 받고 연민의 팁을 준 적이 있었던가. 글깨나 읽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종속경제론에 빠져 자급자족을 외치던 그 시대에, 그분은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신념 하나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부가 누구의 덕택인가. 은혜를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면 그는 인간이 아니다. 천벌을 받는다. 이승만 박정희 이름만 나와도 쌍심지를 돋우는 사람들이 자유의 공기로 숨을 쉬고 부의 물을 마시면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추켜세우기 여념이 없다. 대체 그 사람들은 어느 별에서 온 별종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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