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일심동체-다시 생각해볼 말1 김영국  (Homepage) 2018-10-08(월) 20:34:34, 2075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일까. 일심동체가 되어야 하는 건가. 아니 일심동체가 가능이나 한가. 정말 터무니없는 말이다. 이 말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옥죄어 왔을까. 이 말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애먼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자책하며 괴로워했을까. 애쓰다 애쓰다가 도저히 하나가 될 수 없어 눈물 흘리며 갈라선 부부는 얼마나 많을까. 이 말이 끼친 폐해는 말로 다할 수 없다. 당연히 사형시켜야 한다. 우리 언어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말이다. 내가 어쩌다 주례를 설 때는 비목어와 비익조 얘기를 한다. 한쪽 눈만 가진 물고기, 한쪽 날개만 가진 새가 반대쪽 눈과 날개를 가진 상대를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이 결혼이다. 부부가 되었다고 둘이 하나가 될 필요는 없다. 하나가 될 수 없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다만 두 눈이 한 곳을 보고, 두 날개가 한 방향으로 날갯짓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삶의 지향점과 방향, 그것이 현대적 의미의 궁합이다. 그것만 맞추면 된다고 말해준다. 진화심리학에서 남녀는 본래 서로 상반되는 상대에게 끌리게 돼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적응력이 강한 후손이 태어나기 때문이란다.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 많으면 편안하다. 반면에 차이점이 많으면 성장한다. 편안함에 끌리어 같은 사람끼리 부부가 되면 발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열등한 아들딸을 낳게 된다. 사람뿐이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까지도 근친결혼을 본능적으로 기피하는 이유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다. 일심동체가 되어서도 안 된다. 아니 일심동체가 될 수 없다. 각기 다른 혹성에 살다 온 남녀가 어찌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여필종부의 시대, 남성들이 만들어낸 도그마가 오늘까지 살아남아 이제 남녀 모두를 옥죄고 있을 뿐이다. 우리 후손들의 어깨에서 부부 일심동체라는 짐을 내려놓게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다. 여기서 출발한 부부가 백년을 해로한다. 뿐만 아니라 똑똑한 아들딸의 부모가 될 수 있다. *뱀발 : 적폐청산이란 나라 발전이나 국민 행복을 저해하는 법 제도 관행 관습 의식 등을 가려내어 치워주는 것이다. 미운 놈 솎아내어 조지는 것은 숙청이다. 적폐청산이 아니라 새 적폐 만드는 짓이다. 힘들고 더디고 폼나지 않더라도 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돋보기로 찾아내어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바로잡아주는 것이 적폐청산이다. 이 답답한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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