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을 어찌할까 김영국  (Homepage) 2018-08-01(수) 20:00:25, 2714

지금 분위기로 보아 표기법 문제로 남북이 곧 머리를 맞댈 것 같다. 논란의 초점은 두음법칙과 사이시옷이 아닐까 한다. 둘 다 북에는 없고 우리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를 양보해야 할 상황이 되면 어느 쪽을 지키고 어느 쪽을 양보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평소에 사이시옷 표기법이 지나치게 어려워 한글세대나 외국인에게 큰 장벽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사이시옷 규정의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1. 사이시옷을 넣는 조건 1) 두 단어가 합쳐져서 하나의 단어(복합어, 합성어)가 된 것 2) 뒤의 단어 초성에 원래 없던 된소리가 나거나 ‘ㄴ’소리가 덧날 것 3) 두 단어 중 적어도 하나는 고유어일 것 4) 앞 단어가 모음으로 끝날 것 5) 뒤의 단어 초성이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아닐 것 *예외. 두 단어가 다 한자어인 경우에도 다음 여섯 단어에는 사이시옷을 넣는다. 찻간, 뒷간, 횟수, 셋방, 숫자, 곳간, (나는 ‘퇴고차 회수세’로 기억하고 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위의 조건을 보면서 다음 연습문제를 풀어보자. 사이시옷을 넣어야 할 복합어는 모두 몇 개일까. 전세+방, 전세+집, 세+방, 치+과, 치+솔, 해+님, 해+빛, 해+살, 나루+터, 나루+배, 깨+묵, 깨+잎, 깨+꽃, 둘레+길, 소주+병, 소주+잔, 만두+국 노래+말 인사+말 개+과 낙탸+과 1) 가장 큰 문제는 둘 중 적어도 하나는 고유어여야 한다는 조건이다. 한자를 배운 사람도 ‘방’ ‘병’ ‘잔’ 등이 한자어라는 의식 없이 쓰고 있는데, 한글세대나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넘사벽’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한자어끼리 이루어진 복합어는 엄연히 된소리가 나는데도 왜 사이시옷을 안 넣는지 언뜻 이해가 안 된다. 2) 발음도 문제다. ‘둘레길’의 경우 우리는 분명히 ‘낄’로 발음하는데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 것은 표준발음이 ‘길’이기 때문인 모양이다. 명색이 국어를 가르친 사람이 이 모양인데 지방에 사는 사람에겐 이것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3) 왜 ‘햇님’이라고 적으면 안 되는가. ‘님’이 단어가 아니고 접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해님’은 복합어가 아니고 파생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걸 초등학교 선생님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4) 우리 표기법의 원칙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다. 그러면서 뜻이 잘 드러나게 적도록 하고 있다. 소리에만 치중하면 뜻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꼬츨‘과 ’꽃을‘, ’가치‘와 ’같이’를 비교해보면 금방 짐작이 될 것이다. 뜻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형태소의 원형을 지켜주는 것이다. 사이시옷은 단어의 본 모습을 변형함으로써 독해를 방해하고 있다. 3. 없애면 안 될까. 사이시옷을 없애버리면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아 혼란스러울 것이다. ‘해볕’을 ‘핻뼏’, ‘깨잎’을 ‘깬닙’으로 읽어내기가 꽤나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외과’, ‘영어과’를 자연스럽게 된소리로 읽고 있지 않은가. ‘홑이불’이라 써놓고 ‘혼니불’이라 읽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잇몸’, ‘냇가’, ‘바닷가’ 등에서 사이시옷을 빼버리면 오히려 독해를 방해할 것 같다. 사이시옷에 예외를 두었듯 여기에도 예외 규정을 만드는 등 연구가 필요하다. 앞서 겪어온 북한의 규정을 원용할 수도 있겠다. 4. 어찌할까. 남북이 두음법칙과 사이시옷으로 줄다리기를 할 경우, 사이시옷을 버리고 두음법칙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음법칙을 버리면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을 겪을 것이다. ‘노동’이 ‘로동’, ‘여자’가 ‘녀자’, ‘양심’이 ‘량심’으로 바뀌는 것은 표기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언어생활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게다가 사전의 표제어도 훨씬 많이 바꿔야 하고. 이씨 양씨 등 성씨도 바꿔 적어야 하니 주민등록부도 대대적으로 손을 보아야 하니 경제적 비용도 클 것이다. 대학입시 제도를 여론에 묻듯, 혹시 이걸 가지고 여론 조사를 한다면 이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연습문제 정답 전세방 전셋집 셋방 치과 칫솔 해님 햇빛 햇살 나루터 나룻배 깻묵 깻잎 깨꽃 둘레길 소주병 소주잔 만둣국 노랫말 인사말 갯과 낙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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