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실2교사제 김영국  (Homepage) 2017-08-15(화) 05:19:02, 2400

내년부터 1교실2교사제를 시행한단다. 교직을 떠난 지 이제 10년이 되어가니 그쪽 사정에 어두워질 때도 되었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 느닷없다. 백년대계를 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뀐다고 원성이 자자했는데 그건 대개 입시 문제에 한하는 일이었다. 고교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 변별력 제고, 수험생 부담 경감 등의 명분으로 정권의 구미에 맞춰 조령모개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건 약과였다. 해보다 아니면 또 바꾸면 되니까. 그러나 1교실2교사제는 그런 성질의 변화가 아니다. 해방 후 70년의 교육사에 한 번도 시도해보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은 제도를 다시 돌이킬 수 없도록 바꾸려 하고 있다. 갑자기 좁아진 임용 터널 앞에 선 교대생들이 들고일어나자 대책이랍시고 불쑥 내놓은 정책이 이것이다. 어떤 제도를 현장에 적용하려면 그것을 공론화하여 여론을 수렴하고,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실험학교 연구학교 시범학교 등의 과정을 거쳐 다듬어야 한다. 평준화 이후 수준별 수업을 위한 교육계의 노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수준별학급(우열반), 수준별이동수업, 교실내수준별수업 급기야 수준별학교(특목고, 자사고) 등 엎치락뒤치락을 지금까지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아무 준비도 없이 내년부터 덜컥 그것도 불가역적 장치를 달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을 재직 중에 겪어봤다. 창의적재량활동이라는 낯선 과목 하나가 느닷없이 생겨났을 때 일이다. 과목을 신설하려면 그걸 담당할 교사를 미리 양성하고 교과서도 개발해야 할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한 학년에 한 시간씩 하라는 교육과정이 시달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다들 우왕좌왕했다. 그래 놓고 연구학교를 지정했다. 초짜 교장으로 부임한 문현여중이 이 일을 맡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일반화할 수도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곧 폐지될 수밖에 없으리라 보았다. 그러나 내가 퇴직할 때까지 이 과목은 생명을 유지했다. 선생님들은 재량껏 자습시키는 시간으로, 학교는 수업시수 조정용으로, 학생들은 노는 시간으로 그렇게 변질되어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책상 맡에서 창안하여, 7차교육과정의 꽃이라며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그자들은 자기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잊어버리고 잘 살고 있을 것이다. 2교사제는 ‘창재’ 과목 신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한 과목 문제가 아니라 여러 과목에 걸쳐지는 문제일 뿐 아니라, 내년 실시를 위하여 당장 교사를 더 뽑겠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패를 해도 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가며  교사를 증원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과정 연한이 다 되어도 이 부분에 손을 댈 수가 없다. 이미 임용해둔 교사를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원 수는 선진국 수준에 이미 도달해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우리나라가 16.9명인데, 일본이 17.1명, 영국이 19.6명이다. 게다가 저출산에 의한 학생 수 감소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10년 내에 교사 2만 명을 감축해야 할 판인데 이런 저런 핑계로 1만6천명을 증원할 것이란다. 대체 이게 나라인가. 최소한의 양심과 소양이 있다면 이런 엄청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최소한의 준비라도 해야 한다는 것은 알 것이다. 먼저 두 교사가 한 교실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협력의 여러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과목에 따라 학교급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으로 수업했을 때 어떤 문제가 야기되며 그 해결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학력이 얼마만큼 향상되는가를 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들이 그 제도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교육 주체 중 어느 한쪽이라도  싫어하는 제도는 정착하기가 어렵다. 이런 것을 책상 맡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후닥닥이 아니라 적어도 2~3년의 시간을 두고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확신이 서면 그때 비로소 교원 증원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내가 볼 때 선생님들이 강력히 기피할 것이다. 자기 수업을 타인이 잠깐 보는 것도 꺼리는데 같은 선생님과 한 시간 내내 함께 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고 일정 부분 참여하고 그래서 사전 조율까지 해야 한다면 얼마나 성가셔 할 것인가. 한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데 다른 선생님이 못 따라가는 학생에게 다가가 소곤거린다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 수업하는 선생님도, 개별지도 받는 학생도, 수업에 집중하려는 다른 학생들도 다 짜증을 낼 것이 틀림없다. 결국 한 선생님은 뒤에 서 있다가 떠드는 학생 제지하고 조는 학생 깨우는 보조자가 되고 말 것이다. 문제는 그 보조자에게 정년까지 정규교사의 봉급을 꼬박꼬박 드려야 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연금까지 챙겨드려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버거운 짐 지게 돼 있는 우리의 아들 딸 손주들이 안쓰러웠는데, 새 정부는 어쩌자고 눈만 뜨면 그들 어깨 위에 짐 한 덩어리씩 더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2교사제를 창안하고 밀어붙이려는 저들은 지금 자기들이 얼마나 큰 죄를 획책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조심스런 얘기 하나 덧붙여야겠다. 새 정부 조각에서 내가 가장 걱정했던 사람이 김상곤이었다. 논문 표절 등은 본질이 아니다. 이분은 내가 볼 때 체질이 교육자가 아니다. 철저히 정치인, 아니 정치꾼이다.(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정치하는 사람은 정치인이고, 다음 선거를 내다보고 정치하는 사람은 정치꾼이라 했다.) 대단히 편향적이고 대단히 고집 센 정치꾼이다. 외고 자사고 폐지, 2교사제, 학점제, 절대평가제 등 어떤 것도 교육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다. 정략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어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청년 일자리 늘려놓고, 사교육비 줄여주는 척 해서 다음 선거에서 재미 좀 보자는 것이다.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이제 마음껏 저돌할 것이다.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도 말릴 수도 없다. 딱한 일이다.

최영도		교장선생님, 오늘 아침 지리산에서 폰으로 교장선생님의 글 읽고 정말 공감되어 댓글 달고 싶었는데.... 이제 집에 도착하여 제 느낌도 한자리 앉혀보려고 컴 앞에 잠시 앉았습니다. 요즘 계속 이런 생각을 해보곤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음흉한 프로 정치인들의 국민 무시 정치난장판 무대였다면, 노무현 2기인 문제인 정부는 욕심만 앞세운 프로를 흉내내는 아마츄어 한풀이 시행착오 철대반죽 정치 난장판 무대인 것 같습니다. 거기에 안철수까지 새정치의 불쏘시개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 정치꾼의 흉내만 내고 자빠졌고..... 홍준표 자유한국당은 아직 철이 덜 들어도 너무 덜 들어 주제파악도 안되있는 것 같고...... 언제쯤 국민들의 정치인들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게 될 지..... 고마운 글 잘 읽었습니다.	2017-08-15 12:41:12
김영국		공무원 증원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을 보고 이 정부의 수준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병사 봉급, 의료보험 확대, 원자력 문제, 등등등 정말 전광석화로 척척 해결해버리더군요. 손도 안 대고 코를 시원스럽게 잘도 풀어내는군요. 하나같이 수십조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들을 말입니다. 손에 코 한반울 묻을 일은 거들떠도 보지 않네요. 고공행진 중인 지지도가 언젠가는 빠지게 돼 있는데 또 어떤 정책들로 버티려 안간힘을 쓸지 걱정입니다. 말씀대로 야당도 저 모양이고. 답답합니다. 최선생님 산행만 하지 마시고 정계로 한번 나가보시죠^^	2017-08-15 15:27:02
권봉영		교장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지난 번에 대통령이 소방서에 가서 격식없이 간이 의자에 앉아 소방대원들과 대담하면서 처우 개선을 약속했을 때에 초등학생이 불쑥 소방대원 옷을 입고 잠시 나온 것을 보고 아, 이건 국민들에게 보이기 위한 '기획'이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잘 정돈된 푸른 뜰을 배경으로 한 청와대에서 커피를 들고 다니면서 마셨지요. 급기야 기업인들과는 그 찌는 더위에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있었지요. 커피까지야 그렇다고 해도 술을 마시는 모습을 대문짝만하게 온 신문의 표제를 장식하게 만드는 데에 도대체 이 정부는 무슨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아이들은 보고 배웁니다. 방송에서도 담배피우는 장면은 이제 거의 안 나오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교사의 SNS에 술이 들어간 사진을 내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소리는 오래 전에 들은 바 있고 술에 관해 매우 엄격하다고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술 마시는 사진이라니요. 날도 훤한 대낮에요. 그런데 얼마 전 기사에서 이런 대통령의 행보를 기획하는 분이 계시다고 하더군요. 탁oo이라는 분이라고요. 며칠 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영화에 나오는 외국인 기자의 부인을 대동하고 나오셨데요. 이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꾸며서 보여주어 대체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요? 현직에 있을 때는 하는 일을 열심히만 하면 되었는데 평생 안 하던 나라 걱정을 몰아서 한꺼번에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책 하나 나올 때마다 전부 조단위이니 교장선생님 말씀대로 우리 아이들의 어깨 위에 지워질 짐을 생각하면 아득한 생각만 듭니다.	2017-08-15 16:26:05
최영도		두 교장샘, 건강하시죠! 지리산 갔다가 도착하자마자 댓글 달고, 사진 정리하고, 금정산 약속 장소로 향해 갔다가 방금 돌아와 댓글 확인 해보니 철자도 틀리고 글도 뒤죽박죽 제 댓글이 `철때반죽` 요즘 정치판 같이 되어있군요!	2017-08-15 22:03:09
김영국		권교장선생님 제게는 총명하고 따뜻한 장학사님으로 각인되어있는데....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폼나는 정책 남발, '쇼'티 풀풀 나는 의전, 꾼들의 광적인 추임새 거기에 열광하는 국민들 아르헨티나의 페론,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등이 떠오르는 건 저만의 노파심일까요. 건강하세요~~~	2017-08-16 0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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