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未亡人) / ‘박씨 부인전’ 김정식  (Homepage) 2015-05-17(일) 06:22:21, 7409

미망인(未亡人)    신문 광고에 나온 부고(訃告)를 보면, ‘죽은 사람의 아내’를 꼭   ‘未亡人(미망인)’이라 한다. 그러나 이 부고를 죽은 사람의 아내가 직접 알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未亡人’이라 써서는 안 된다.   ‘미망인’은, 남편을 잃은 아내가 남편을 따라 함께 죽지 못하고 아직 구구히 살고 있다는 뜻에서 스스로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녀를 ‘OO의 미망인’이라고 부른다면, 이는 그녀에게 남편 따라 빨리 죽으라는 비정한 압박어로 둔갑하게 된다.      부고장에서 자손들은 ‘子(자), 女(여), 孫(손)’ 들로 쓰면서 유독 부인만은 ‘未亡人’이라 쓸 까닭이 없다. 마땅히 ‘夫人(부인)’이어야 한다. 소개할 경우에도 ‘고 문창수 씨 부인 지영순 여사’가 예의바른 표현이고, ‘OO 씨의 미망인 지영순 여사’라고 하면 예의를 잃은 말이 된다.               ‘박씨 부인전’ ⇒ ‘박씨전’   남편의 성이 이씨일 때 그 부인을 일러 ‘이씨 부인’이라 한다. 그리고 부인의 성씨가 ‘박’가일 때는 ‘박 부인’이라 한다. 일본이나 서양에서는 결혼한 후부터는 남편의 성을 붙여 쓴다.   저 병자호란의 치욕에 대한 보복으로 씌어진 ‘박씨전’을 ‘박씨  부인전’이라고도 일컫는 것은 이러한 호칭의 혼동에서 온 잘못이다.  ‘박씨’란 성을 가진 주인공은 ‘이시백’의 부인이 되었으므로, ‘박 부인’이나 ‘이씨 부인’이라 부를지언정 ‘박씨 부인’은 맞지 않다.      요즈음 같으면 ‘박 여사’나 ‘박씨 아주머니’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 ‘박씨 부인전’은 마땅히 ‘박씨전’으로 고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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