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장 뜨거운 신발 같은 것 정일근  (Homepage) 2013-11-10(일) 07:46:01, 3674

▶ 누군가의 신발이 되고 싶다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도 지났습니다. 엊그제는 겨울의 문턱인 입동도 지났습니다. 들판에는 가을걷이가 끝났고 산을 빨갛게 물들이는 단풍들은 마지막 붉은 영혼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겨울이 일찍 와서 늦게 떠나가는 추운 산골마을에서는 겨울나기 준비를 끝내야합니다. 그대. 가을이 끝나기도 전에 겨울이야기를 하느냐고 눈 흘길지 몰라도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습니다. 어제는 시골장에 나가 털신을 준비했습니다. 털신이라고 해서 요란한 신발이 아니라 한 켤레 3000∼4000원이면 마련하는 시골사람들의 신발입니다. ‘은현리’에 살면서 겨울을 지내려면 그 신발 한 켤레면 충분합니다. 아직 털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겨워집니다. 화려하고 값비싼 명품을 선호하는 세상의 뒤편에 저 가난하고 따뜻한 ‘실존’ 앞에 발이 따뜻해집니다. 그대. 어린 시절 새 신을 샀을 때의 즐거움을 기억하시는지요. 명절날 빔으로 어머니께서 사 주셨던 운동화를 가슴에 품고 잤던 시간을 기억하시는지요. 새 신발 하나로 세상 모두를 얻었던 것 같은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신지도 않고 버리는 신발이 우리에게는 너무 많습니다. 그대. 이웃의 추운 발을 생각할 시간입니다. 나누면 배가 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상처 입은 이웃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가장 뜨거운 신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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