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체이 후누훈차 정일근  (Homepage) 2012-12-03(월) 08:24:54, 3406

몇년 전, 히말라야를 떠나올 때 그가 가방에 저 문양을 새겨 주었습니다. 문양 속에서 그들의 기도문인 ‘옴마니 반메홈’(당신의 거룩한 꽃 속에 나 온전히 안기나이다)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의 인사말인 ‘싼체이 후누훈차’(안녕하세요)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히말라야 골짜기에서 만난 그가 나에게 베푼 친절의 이유는 그의 아들이 한국의 노동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젊은 아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떠난 지 여러 해가 지났다고 했습니다. 한 공단 도시의 이름을 대며 젊은 아들이 그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먼 이국으로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는 아들이 일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였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저 문양 하나를 새기는 데 드는 비용이 우리 돈으로는 몇 백 원이었지만 그에게는 큰 출혈이었을 것입니다. 아들이 보내 온 사진이라 자랑했지만 사진 속에는 그보다 더 늙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진 속에서 가족과 고향을 떠나 온 이국 노동자의 슬픈 눈동자를 보고 상처에 생소금을 뿌린 듯 오래 마음 쓰라렸습니다. 얼마 전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출국했습니다. 그의 아들이 히말라야에 있는 아버지에게로 돌아갔는지, 이 땅의 불법 체류자가 되어 남았는지 알지 못합니다만 그에게 히말라야의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나모 나마스뚜’(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를 합니다). 12월입니다. 나 보다 더 추운 이웃을 생각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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