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김동희  (Homepage) 2007-04-25(수) 21:52:17, 15058

4월 초에 겪은 이야기입니다. 자유게시판 "유괴협박전화" 글을 보니 문득 생각납니다. 저희 반에는 정신지체 학생인 H가 있습니다. 교과수업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학력수준이지 만, 성격도 밝고 웃는 모습이 참 귀여우며 친밀감이 있어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아이들도 H 를 좋아하고, 서로서로 서스럼없이 장난도 치곤 합니다. 그런데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40-50분 가량 지난 시각에 H 어머니께 문자가 왔다고 합니다. "H 어머님! H가 응급차에 실려서 모병원에 왔습니다. 빨리 와 주세요" (발신:교무실 전화번호) H 어머니는 문자를 받자마자 부리나케 그 병원으로 갔지만, H는 없었고 온 적이 없었습니다. 그 때서야 이상하다고 느낀 어머니께서 저에게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제가 문자를 보낸줄 아셨는데, 제가 문자를 보내지 않았으니 서로 의아해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웃집 아주머니로부터 H가 집에 왔다는 연락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요. H는 응급차에 실려간 적도, 그 병원에 간 적도 없었습니다. 누가 그 장난을 쳤는지, 화가 났습니다. 반 아이들을 의심했습니다. H와 소소한 장난을 치던 장면을 자주 봐 왔고, 전화번호 확인차원에서 게시판 뒤에 집,부모 님, 자기 전화번호를 붙여두고 확인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준 명함엔 교무실 전화 번호도 적혀있었으니, 반 아이 중에 한 명이 그랬을 거란 의심을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H 어머니께 문자를 보낸 사람은 솔직히 고백하라고 했으나, 오전내내 교무실로 찾아오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시치미 떼는 버릇과 그 못된 장난?에 대해 따끔하게 혼을 내주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SK대리점 가서 발신자 추적을 부탁했지만, 컴퓨터로 보낸 것으로 나와서 여기선 추적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서 사이버수사대를 찾았 습니다. 그러나 범죄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수사에 착수하기가 곤란하다고 하더군요. 이 경우, 몹쓸 짓이긴 하지만 범죄라고 보기엔 힘들다하였습니다. 게다가 피의자가 밝혀지면 법적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의뢰하기 난감해졌습니다. 아이들 전체에게 어제 일을 소개하고, 이와 같은 일이 얼마나 부도덕한 일인지 이야기하는 것 에서 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반응들을 살피니, 한결같이 그 행동에 대해 비난합니 다. 그 모습을 보니 아이들을 제가 괜히 의심했나 싶었지만, 그래도 정황이 그런지라 찜찜한 채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 뒤, 이와 유사한 사건이 북구 관할 학교에서 12건이나 발생하였다하고, 학교에서도 피해방지를 위한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에 배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죄없는 우리 아이들을 의심했구나 싶었지요. 자식 잘되기를, 무탈하기를 바라고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그렇게 이용할 수 있는지, 누가 이런 짓을 일삼는지 모르겠지만, 참 고약한 사람들입니다.

서정남		그런일이 전국적으로 퍼져있군요. 우리학교에는 총 학부모에 문자랑 가정통신문이 배달되어 익히 알고 있었는데 다른학교 학부모들은 금시초문이라 많이 놀라던데 이런일이 있으면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에 지시하고 학교에서는 가정에 통신문정도는 발송되어 사전예방이 되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글 잘 보았습니다.	2007-04-25 22: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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