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육의 사각지대 김홍미  (Homepage) 2007-03-24(토) 20:57:05, 14941

남편이 발령받은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다. 하지만 특수교육대상학생 4명이 올해 처음으로 배정을 받았다. 완전통합교육(full inclusion)을 실시하는 학교라고 볼 수 있다. 완전통합은 일반교사가 장애학생이든 비장애학생이든 잘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학생을 가르치는 문제는 전적으로 일반교사의 책임에 두고 있으며 이 학생들은 일반학급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남편은 나에게 거의 매일 저녁 자신의 학급에 속해 있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의 능력과 행동 등을 설명하며 수업준비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행정적 지원, 학교행사 참여 등 통합적 측면에서 생활지도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본다.   나는 그때마다 기꺼이 응하며,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주라며 여러가지 자료와 나름의 답을 내려주려 애썼다. 그런 중에 남편의 통합교사로서의 노력이 기특하고 고마웠고, 비록 다른 학교 학생이지만 내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 뿌듯하고 기뻤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 학생을 떠올리다가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다. 만약에 내가 특수교사가 아니었다면 남편은 특수교육대상학생에 대한 도움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만 가슴이 답답해졌다.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고등학교 배치가 현행법상 학부모의 요구를 우선으로 한다면, 그에 따른 교육청의 조치가 조금 더 섬세하게 따라야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일반학급교사를 위한 통합교육이해 연수를 실시해야 할 것이고,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행정적 지원에 대한 안내를 해야하며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는 학교보다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교사들은 아직 수업에 대한 전통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통합교육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학생의 입장에서도 일반학급에 속해 있는 장애학생들은 기본적인 수업만 받기 때문에 교육적인 문제가 생기며, 일반 교사의 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적인 통합만 시켜놓고,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발뺌은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현 체계를 오히려 벗어나는 일이다. 이런 부실한 통합교육을 우리나라 특수교육발전사에 넣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통합교육의 사각지대를 더 이상 넓혀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에 특수학급장학협의회에 가면 꼭 이 이야기를 하고, 다 같이 생각해보자고 제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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