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김홍미  (Homepage) 2007-04-07(토) 08:42:16, 14938

휴가기간과 방학이 절묘하게 연결되어서 출산예정일보다 한달이나 당겨 휴가를 들어가게 되었다. 허리와 꼬리뼈가 많이 아파서 절뚝이며 걷지만 어느 날을 내가 천천히라도 걸을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고, 요즘은 교대에 가서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친구 낙현이가 학생증을 빌려주어 눈치 보지 않고, 널널한 도서관에 앉아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참 좋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수현언니랑 도서관 앞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데 흩날리는 벚꽃잎이 자꾸만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묘하게 봄을 타면서, 동과 그저 동기로 지냈던 때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갓 발령 받아 여렸던 우리. 더군다나 나는 군대생활을 했던 동보다 조직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했고, 작은 일에도 상처 받아 어깨를 움추리곤 했었다. 특히 행정적인 업무처리에서는 개념없이 뒤죽박죽으로 일을 진행시켜서, 여러선생님들을 당황하게 하거나 같은 일을 두번해야 하는 등, 힘든 일의 연속이었고, 동은 교무실이 어쩐지 불편해서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고, 늘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그런 삭막한(삭막하게 느껴진) 현장에서 서로에게 사람냄새를 기대했던 그 때, 그 옛날 생각이 봄이라고, 괜히 순서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이 예전에 부산대학교 구도서관 앞에서 물었다. '선생님은 어느 계절이 제일 좋아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음...특별히 좋아하는 계절은 없지만, 하나 꼽으라면 가을. 그리고 참고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져서 사계절 다 타고 있어요.' 동이 충분히 공감해주었던 기억. 동희샘이 나처럼 섬세한 감수성을 가졌음을 느끼고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 흐뭇하게 그를 바라보았었다. 내가 술기운에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부르면, 동은 미소를 띄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종종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10년 후에 어떻게 변했는지 내가 찾아가 볼 거예요.> 발령동기로서, 나를 아껴주는 애뜻한 마음이 흠씻 묻어났고, 좋은 교사로 성장하자는 무언의 약속임을 나는 알아차렸다. 그날 밤  일기를 나는 정확히 기억한다. <발령동기가 단 한 명이라 아쉬웠던 마음을 씻었다!> 첫 현장학습을 가던 날,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면서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늦게까지 퇴근을 못하고 있는데 그가 메일을 보냈다. 핵심은 잘 다녀오라는 것이었지만, <아이들의 적당한 事故는 思考거리가 된다>는 그의 명언에 곧장 퇴근했던 기억이 난다. 등등, 많은 추억들이 봄볕처럼 나를 따뜻하게 한다. 내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누가봐도 동은 참 좋은 사람이다. 내 평생 섬길 만한 훌륭한 사람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하나 밖에 없는 발령동기가 남편이 된 소중한 인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2007. 4. 6. 오후.

최영도		김샘, 요즘 좀 무거워지셨겠네요! 선생님 글 읽으면서 몇 년전 원예고 교정을 떠올려보았어요. 교정의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운 기억이 두분의 만남입니다. 그 고귀한 만남의 선물을 안고 다니시기에 무척 무거우시리라 생각됩니다. 정말 아름다운 마음 잘 읽고 갑니다.	2007-04-07 08:58:00
김홍미		선생님^^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가벼워서, 어제도 산행 따라가고 싶었던 마음을 간신히 눌렀답니다. 2학기 가을산행은 정말 함께 하고 싶네요. 그리고 이제서야... 이번에도! 우리 아이들 위해 귀한 시간 내어주신 것,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2007-04-08 09: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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