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반 학부모님께 김동희  (Homepage) 2006-11-06(월) 19:23:58, 14991

2학년 2반 학부모님께 (4)   여러 학부모님! 그 간 안녕하셨습니까? 자녀를 학교에 맡겨두시고, 우리 아들, 딸이 학교에 서 공부는 열심히 하는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선생님들 말씀은 잘 듣는지, 학교규칙은 잘 지키는지 등등 궁금한 점 많으셨을 줄 압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에게 먼저 전화하시기도 좀 부담스러우실테고, 궁금함 때문에 자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봐도 대답이 시큰둥하지요? 그 런 사정을 잘 헤아려서 가능한 자주 학교소식을 전해드릴 요량이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어느덧 연말로 향해 가고 있네요. 죄송합니다.   여러 아버님, 어머님께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해드릴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랬습니다. 학 급엔 보통 세 부류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A 부류는 나름의 꿈도 미약하게나마 가지고 있고 학 과공부도 열심히 하며, 학교규칙도 잘 지키는 아이들입니다. B 부류는 아직 꿈이 없고 학교공 부에 흥미도 크지 않으나, 학교규칙은 잘 지키는 아이들입니다. C 부류는 학교공부에 흥미와 의욕이 없고 학교를 무척 갑갑하게 느끼기에 지각, 조퇴, 결석의 빈도가 잦은 아이들입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는 학창시절 어느 부류에 속하셨는지요? ^^ 학급담임교사로서 A에 속한 아이들이 많으면 참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B에 속한 아이들이 많다하 더라도 마음에 여유는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학급에 C에 속한 아이들이 많다면, 근심 걱정이 많아지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올해 제 마음에 여유가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욱 힘들고 괴로운 것은, 학교생활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제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그저 안타깝게 지켜만 보고 있다는 생각, 제가 단호하고 엄하게 혼내지 못 해 B였던 아이들이 점점 C가 되고 있다는 생각, A에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학급분위기를 못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 결국 담임교사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 문이었습니다.   그래서 31명의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아이들 잘 되기를 바라시고 아이들 뒷바라지하시려고 이른 아침부터 고생하시는 아버님, 어머님께 죄송합니다. 자녀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한없 이 기뻐하셨을테고, 그 아기가 아장아장 걷기시작하고 “아빠!”, “엄마!”하고 서투르게 말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쩔 줄 몰라하셨을텐데,, 그 아이들이 머리가 굵어지면서 점점 부모 님 기대와는 다르게 행동을 하니 많이 속상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좀 마음 다잡아 열심히 공부하길 마지막으로 바라고 기대하셨을텐데,, 그 기대에 걸맞는 변 화 이끌어내지 못한 듯하여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 믿어주시고 언젠가는 철이 들겠지 하는 가느다란 믿음 하나로 힘겹게 일터로 나가고 계신 많은 부모님들이기에 마음이 숙연해지 고 존경심이 우러러 나옵니다. 이 세상 부모님들이, 그냥 부모님이기에 훌륭하심을 이제 갓 결 혼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려하다보니 늦게사 깨달아집니다.   지금은 부모님 기대대로 따라주지 않아 속상하시더라도, 언젠가는 자기 갈 길 잘 찾아가리 라 믿습니다. 비록 학생다움의 관점에서는 엉망인 아이들일지라도, 한 개인으로 보면 참 괜찮 은 아이들입니다. 공부를 잘 안하기에 (세속적인 가치기준으로 볼 때)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을 구하긴 어렵겠지만, 어느 곳에서 생활을 하든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간적인 신뢰를 받으면서 생활할 아이들입니다. 특히 동욱, 김성훈, 나영, 미혜, 영훈, 원재, 민우, 기 용, 동규 등등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은 앞으로 이들과 만날 사람들을 훈훈하게 해주리라 믿습 니다. 그 중에서도 기용이, 나영이의 따뜻한 배려심과 봉사심이 참 두드러집니다. 두일, 영준, 은미, 창국, 상원, 소은이는 또릿또릿한 면과 나름의 다부진 면이 있어서 제 앞가림을 잘 하며 살아갈 친구들이라 확신합니다. 장기결석 이후 돌아온 두일이가 학교생활 잘하려고 애쓰는 모 습이 우직해보입니다. 그리고 우리반 우등생인 명화, 형래, 우리, 황준호, 혜진이도 성실하고 근기 있게 계속 노력해가다보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역할을 분명 히 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현이의 듬직하고 남자다운 면이 참 좋고, 지혜의 예쁜 미 소가 좋습니다. 개그맨 신정환을 닮은 착한 경문이가 좀 더 명랑하게, 적극적으로 자기 갈 길 을 찾아가리라 믿습니다. 학교 마치고 운동을 아직까지 꾸준히 하며 자기 생활 잘 가꾸고, 학 교 생활도 잘 하려고 애쓰고 있는 명준이에게 믿음이 많이 갑니다. 속 깊고 남의 마음 잘 헤아 리는 하나가 좋습니다. 아침 잠 많은 윤혜도 몇 년이 흐른 뒤 어엿한 숙녀로, 훌륭한 제과제빵 사로 활약을 하고 있겠지요? 작년에 비해 올해 유독 학업에 애살을 가지고 노력하던 보영이 의 모습도 사랑스럽고, 순진하고 믿음직스런 면 있는 최성훈이도 좋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띄 며 수줍게 이야기하던 영임이의 모습도 기억에 남고, 남에게 절대 피해줄 것 같지 않은 동규 가 애꿎게 장난치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맑은 호수처럼 잔잔한 백하의 이미지도 좋고, 눈빛을 마주하고 대하면 진심을 알아주는 안준호도 신뢰롭습니다.   올해는 비록 학업에 열중하지 않았지만, 내년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를 아이들이라 봅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마음밭이 좋고, 크게 엇나 있는 아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며, 가능성으 로 충만해 있는 10대이기에 좋은 사람과 일을 만나면 언젠가는 그 잠재해있는 가능성이 아름 답게 피어날 거라 믿습니다. 이 세상 만물 중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있겠냐만은 “아이들은 변한다”는 명제는 그 중에서도 틀림없는 진리라고 믿습니다.   남은 2학기 일정을 간단히 알려드릴까 합니다.   11/8(수) - 11/10(금) : 수학여행(두일, 은미, 지혜, 우리, 황준호 불참 => 학교에 등교)                        <아이들에게 수학여행 계획서를 배부했으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1/16(목) :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휴업   11/20(월) : 개교기념일   12/13(수) - 12/16(토) : 기말고사   12/30(토) : 겨울방학식   02/10(토) : 개학식   02/22(목) : 종업식(2학기 성적표 우편으로 발송 예정)   끝으로 10월 중순에 치른 중간고사 개별 성적통지표를 동봉해드리니 참고바랍니다.   곧 다가올 쌀쌀한 가을날씨에 몸 건강하시고, 가정에 두루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06년 11월 5일 일요일 저녁에 2학년 2반 담임교사 김 동 희 삼가 올림

최영도		자리를 바꿔 달라는 아이들의 요구가 많아, 자율학습 1교시 마치는 시간을 이용하여 새 자리를 알려주었습니다. 몇 명은 눈이 나쁘고, 또 몇 명은 너무 친해 수업하시는 선생님의 설명보다 자기들 얘기가 더 중요하여 계속 잡담 중이라 서로 멀리 떨어트려 놓아야 겠고, 누구는 지난 번 창가에 앉았기에 중앙으로 앉쳐 주어야 겠고, 여러가지 생각을 다 이루려니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게 없는 자리 바꿈이 되고 만다. 교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가장 먼 대각선을 그어도 10m도 안되어 보이는 이곳에도 나눔이 있다. 자리를 새로 바꿀 때마다 `다를 위한 다는 것은 아무도 위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임을 실감하는 시간이 되곤한다` 그런데 우리 김선생님은 한 학생 한 학생을 사랑해 주다 보니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게되는 것 같다. 김샘, 파이팅!	2006-11-06 20:29:06
김동희		제 글에 답글 달아주셔서 기쁘고, 선생님께서 격려해주시니 큰 힘이 됩니다. 문득 사량도 노래방이 생각나는군요. ㅎㅎ 자리를 손수 바꾸시려면 엄청 마음 쓰이실텐데,, 뚝심(?)이 대단하십니다. 아이들이 어느정도는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면 좋으련만, 제가 제 생각대로 자리를 조정했다간 아이들 불평불만에 그만 두 손 들고 말았을 겁니다. 옳다고 확신하면 아이들 가볍게 툭툭 내뱉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밀고 나가는 소신이 제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11-07 16: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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