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던 K 김동희  (Homepage) 2006-11-01(수) 21:55:49, 14706

국화전시회 마지막 날,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모인 가운데 <원예가족어울마당>을 했다. 십여 명의 학생 팀들이 무대위에 나와서 노래와 춤 등의 장기자랑을 펼쳤다. 드디어 K가 나왔다. 빨 간 티를 차려입고, 너무나도 자신있고 당당하게 두 팔을 번쩍 들며, "2학년 모반의 K입니 다!"하고 우렁차게 외치며 무대위에 등장했다. 그 당당한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음악이 나왔 다. 준비한 춤을 무척 열심히, 최선을 다해 추었다. 물론 세련미나 현란함은 전혀 없었다. 마 치 커다란 바위가 정성을 다해 추는 듯한 그런 춤동작이었다. 평소 우직하고 성실/근면하고, 내성적이고 솔직한 K의 심성을 잘 아는 급우들은 K의 모습에 환호를 질렀다. 이 모습을 지켜 보는 내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다. 춤이 끝나고 무대를 내려왔다. 그러곤 다시 국화전시회를 도 우러 강당을 빠져나가던 K. 결과는 안타깝게 입상하지 못했다. 마음이 아팠다. K를 열심히 응원하고 입상하지 못했음에 마음이 유독 아팠던 이유는 그로부터 일주일 전에 등 교길에서 K를 만나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미남지하철 역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가는데, K가 목욕탕 옆에 있는 집에서 나온다. "여기가 K 집이구나." "예! 선생님(아마도 우리학교에서 K 가 가장 공손한 학생일 것이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다가, K는 초등학교 4학년인 여동생 과 단둘이 살고 있으며, K가 살림을 살고 여동생 준비물을 사주는 등, 아버지, 어머니 역할을 다 하고 있단다. 어머니는 일찌감치 이혼하셨고, 아버지는 빚 때문에 지방에서 떨어져지내시 며 대리운전해서 번 돈을 한 달에 수만원씩 보내주신단다. 동사무소에서 식권과 반찬을 준단 다. 교회에서 쌀을 준단다. 이런저런 도움으로 근근히 K가 살림을 꾸리는데, 요번에 어울마당 상품이 1등이 문화상품권 10만원, 2등이 5만원, 3등이 3만원이라, 나갈 생각이란다. 그러곤 요 즘 춤 연습을 하고 있단다. 춤이라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몸집이고, 감각이 있어보이지 않는 데 말이다. 그러나 평소 수업시간 K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어도, 반듯한 자세 로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K이기에 열심히 준비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대위에서 당당하고 자신있게 그리고 정성스럽고 놀라운 춤을 추었다니 K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교길에 K의 집에 들렀고, K의 너무나 귀여운 여 동생과 함께 자장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겠다 싶어 약간의 상금을 대신하여 봉투에 넣어 주었다. 그 훈훈한 감동이 아직 가슴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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