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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성밖숲과 김천시 수도산 자연휴양림
2023-09-13(수) 07:34:43, 54370
일 년에 계절별로 네 번 친구들과 전국의 자연휴양림과 주변의 명산을 탐방하고 있다. 목표는 전국 자연휴양림을 다 탐방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2023년도 봄 탐방은 4월 30일 11시에 성주 고방찬 남경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수도산을 등산한 후 수도산 자연휴양림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인 5월 1일은 가야산을 등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출발한 친구들이 고속도로에 사고가 나 1시간 반 이상 늦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산 등산은 다음 날로 미루었다. 친구들이 올 때까지 시간이 남아 성주읍에 있는 성밖숲으로 갔다. 성밖숲은 천연기념물 제403호 지정된 곳이다. 수령 300∼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왕버들 59그루가 있다. 한 친구가 업무상 이곳을 늘 지나다니면서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한 곳이라 한다.



성밖숲은 성주 읍성 서문 밖에 만들어진 숲이다. 이 숲에는 사연이 있다. 조선 중엽에 서문 밖 마을의 소년들이 아무 까닭 없이 죽는 등 흉사가 이어졌다. 이에 한 지관이 이는 마을의 족두리바위와 탕건바위가 서로 마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중간 지점에 숲을 조성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지관의 말에 따라 토성으로 된 성주읍성 서문 밖 천변에 밤나무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임진왜란 후 마을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밤나무를 베어내고 왕버들로 다시 조성하였다고 한다. 이는 비보풍수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보풍수는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즉 사람이 병이 들면 혈맥을 찾아 침을 놓거나 뜸을 뜨면 병이 낫듯이 산천의 병도 같은 원리로 본 것이다. 흠이 있는 땅을 보살피고 치료하며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그 흠결이 있는 곳에 사찰을 세우거나 나무를 심어 보완하는 방법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의 복거총론(卜居總論)에서 사람이 살기 위한 터전을 잡을 때 가장 중요한 네 가지를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라고 했다. 그리고 산수 중에서도 수구를 중시했다. 수구는 물길이다. 수구가 엉성하고 널따랗기만 한 곳에는 비록 좋은 밭 만 이랑과 집 천 칸이 있어도 다음 세대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저절로 흩어져 없어진다고 했다. 그러므로 집터를 잡으려면 반드시 수구가 꼭 닫힌 듯하고, 그 안에 들이 펼쳐진 곳을 눈여겨본 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곳 성밖숲도 비보의 측면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곳은 천변이라 수구가 열려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열려 있는 수구가 보이지 않기 위해 숲을 조성해야 하는데 밤나무보다는 왕버들이 수구를 더욱더 잘 막아주어 비보에 좋다고 여겨진다.



풍수지리의 핵심은 기(氣) 사상이자 자연유기체설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거대한 유기체로 본 것이다. 풍수는 인간의 공간에 대한 전통적 지혜이자 문화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기본적으로 산과 물과 바람이 주축이다. 따라서 산과 물 그리고 바람의 영향을 떠나서 살 수 없다. 풍수는 이 같은 자연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활용하는 데 있다. 전통적이고 교과서적인 조건에 맞는 명당은 땅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비보를 통해 명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 비보풍수는 과학이다.



비보풍수는 부족한 땅에 나무를 심어 자연재해에서 벗어나 좋은 땅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안동 내앞마을 개호송과 같은 마을 숲이다. 마을 숲을 조성하여 마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거나 홍수를 방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천연기념물 방조어부림이 있고, 함양에는 상림숲이 있고, 안동 하회마을에 심은 소나무 1만여 그루의 만송정은 둑을 보호하며 낙동강의 범람을 막았다. 자연을 활용하여 재해를 극복하는 조상의 지혜를 잘 보여준다.



(개호송)



(물건리 방조어부림)



(상림숲)



(하회마을 만송정)

친구들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서 성밖숲을 나와 식당으로 갔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인 등겨장 석쇠구이정식을 먹었다. 등겨장은 어릴 적 먹어 본 등겨로 만든 장이었다.
당시에는 발효된 장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점심은 내가 쏘았다. 이 나이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를 우수한 성적(4.3, 97점)으로 졸업한 턱이다.



식사 후에 하나로마트에 들러 저녁과 내일 아침을 위한 식재료들을 샀다. 친구들은 나름 각자의 역할이 있다. 자연휴양림 예약과 등산코스 등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오늘 일정인 수도산 등산은 내일로 미루고 수도산 자연휴양림으로 곧장 향했다. 수도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무흘구곡을 끼고 달린다. 무흘구곡은 성주군 수륜면에서 김천 증산면 수도리까지 약 35㎞에 이르는 대가천과 계곡에 걸쳐 있다. 대가천은 수도산에서 발원해 가야산 북사면을 따라 내려오다 성주, 고령 땅을 적신다. 옛 가야 땅을 흐른다 해서 이름도 대가천(大伽川)이다.
대가천은 대가야읍 본관리에서 소가천이 흘러들고, 대가야읍 동남 하부지역에서는 낙동강 제2지류인 안림천(일명 용담천)이 합류하면서 회천(會川)이 된다. 회천은 동남쪽으로 흐르다가 경상남도 합천군 덕곡면에서 낙동강의 중류로 흘러든다.



(무흘 1곡 봉비암)

무흘구곡은 조선 중기 학자인 한강(寒岡) 정구(1543~1620) 선생의 칠언 절구다. 이는 남송의 주자(1130~1200)가 지은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만든 시로 대가천 절경 아홉 곳을 이름 짓고 노래한 곳이 ‘무흘구곡’(武屹九曲)이다. 굽이굽이 절경을 이룬 대가천은 성주호에 이르면 거대한 호수가 된다.



(성주호)

수도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성주호 호수를 멋지게 드라이브하고 지나간다.



(무흘3곡 배바위)

호숫가에는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같이 탄 친구 네 명도 덩달아 매우 밝은 표정을 짓고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평소에 속도감을 즐기는 운전 전담 친구도 느리게 천천히 운전을 한다. 지금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우리 몸 속에서 엔도르핀 등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세포들이 활성화되어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어느덧 목적지인 자연휴양림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자연휴양림에 등록하는데 숙박자 이름 모두를 기록하고, 차에 탄 사람들을 모두 내리게 한다. 이유는 몇 명인지를 알기 위해서란다. 갑질치고도 상 갑질이다. 지금까지 100여 곳 이상의 전국 자연휴양림을 다녔지만 이처럼 하는 곳은 처음이다. 숙박자 명단을 적는 것은 정보 유출이라고 항의하자 먼저 온 사람들의 명단을 보여주면서 이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적어 주었는데 왜 나만이 따지느냐고 한다. 관련 법규를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자 ‘그냥 들어가면 되쟎아요’ 라고 한다. 이는 갑질 직원의 문제도 있지만 휴양림을 운영하는 김천시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공무원이 문제다. 아직도 이렇게 갑질을 하는 공무원이 있다는데 많은 씁씁함을 느낀다. 다른 휴양림은 예약한 대표자만 확인한다. 지금까지 기분좋게 왔다가 잘못된 자연휴양림의 관계자 때문에 기분을 영 잡쳤다. 애써 마음을 추슬러 보지만 한 번 상처입은 마음을 달래기는 쉽지 않았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는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산책길 곳곳이 막혀 있다. 반달곰이 출현한다는 이유다. 이 또한는 핑계처럼 느껴졌다. 게으른 자의 변명이다. 이곳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덕유산자연휴양림이나 지리산 자연휴양림도 산책길을 너무 잘 정비해 놓고 있다. 수도산 자연휴양림이 인기가 없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다시는 이곳은 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시간과 맛난 음식이 약이었다. 음식 솜씨 좋은 세프들 덕분에 맑은 공기 속에서 저녁을 잘 먹고 친구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자 기분이 풀렸다.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미 12시를 넘기고 있다. 내일 등산을 위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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