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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 1-코츠월드
2023-08-24(목) 07:33:20, 53941
2023년 3월 22일 12:10분에 인천 국제공항을 떠나 영국 런던 공항으로 향했다. 항로는 1990년 한소수교 이후 중국, 몽골,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여 유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시베리아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 노선은 중국,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흑해 상공을 통과하여 가는 경로로 바뀌어 인천에서 런던까지 15시간이나 걸렸다. 전보다 무려 2시간 이상 더 걸린 셈이다.

낮에 가는 노선이라 창가 자리를 예약하여 풍수 조망을 하고 싶었다. 풍수 조망은 맑은 날에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것이 최고이다. 시베리아 상공을 통과하는 항로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 두 번이나 본 적이 있다. 당시 몽고의 초원과 사막을 조망할 수 있었다.



(고비사막과 몽골초원)

그리고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 미처 얼음이 완전히 녹지 않은 물웅덩이들을 비롯해 쭉쭉 뻗은 침엽수 지역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잠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여 목이 한동안 아파 고생했던 적도 있었다.







(툰트라 지역)

비행기 경로 화면을 켜 놓고서 아래에 펼쳐지는 풍광을 조망하는 것은 지겨운 비행시간을 즐거운 비행시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런데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먼지와 짙은 황사로 덮여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우루무치를 지나 이닝 근처 상공을 지나자 어렴풋이 사막이 나타났다.





(타클라마칸 사막)

점차 가시거리가 좋아져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길도 보였다. 비가 와서 흘러내린 물길이 나타났다. 점점 더 나아가자 마을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제법 큰 도시가 나왔다. 비행기에 펼쳐지는 지도에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알마티는 천산산맥 북쪽 기슭의 오아시스 도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사막에 가깝게 느껴졌다.





(천산산맥)

비행기는 점점 더 서쪽으로 향하자 멀리 높은 산에는 흰 눈이 쌓여있고, 밑에는 얼음 위에 눈이 덮여 있는 호수의 모습도 보인다. 항로 지도에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 근처를 지나가고 있다고 나타난다. 눈 덮인 산은 톈산산맥과 파미르고원으로 추정된다. 톈산산맥(天山山脈)은 중국의 신장웨이우얼자치구와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4개국에 걸쳐 있는 산맥이다. 그리고 파미르고원은 세계의 지붕으로 타지키스탄을 중심으로 중국 · 인도 · 파키스탄 ·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고원이다.







(파미르 고원)

물이 고인 웅덩이들과 제법 큰 호수들이 연이어서 나타나다가 바다로 보이는 큰 호수가 나왔다. 카스피해이다.



(카스피해)

카스피해는 러시아 남부에서 이란 북부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다. 비행기는 카스피해를 지나 이젠 흑해 상공을 날고 있다. 경치가 아주 일품이다. 눈 덮인 산맥과 넓은 바다가 어울려 환상의 경관이다. 아마도 캅카스산맥과 조지아나 그루지야로 추측이 된다.





(캅카스 산맥과 조지아)

흑해를 지나 루마니아 수도인 부쿠레슈티 인근을 지나자 구름이 가려 밑을 볼 수가 없었다. 계속 유럽대륙을 지나는 동안 흐린 날씨가 계속 이어졌다. 도버해협을 지나 런던 공항 근처에서야 날씨가 맑아졌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런던은 비교적 낮은 건물들이 많다. 3월 말이지만 도시가 온통 푸른 초원으로 덥혀 있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광과는 비교가 된다. 높은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오다보니 해가 지지 않는 장장 15시간 만에 런던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리 피곤하진 않았다.



(런던 공항)

입국수속을 마치고는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욕조도 있고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 일찍 5시에 일어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난 후 기본적인 운동 한 시간 하고 마을 주변 산책을 나섰다. 이곳은 런던의 외곽에 있는 주택가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오래된 고목 가로수이다. 우리나라의 팽나무와 느티나무를 합쳐놓은 듯한 나무다.



(호텔)



고목은 이 마을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왔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다. 대부분 집들이 담장이 없다. 치안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골목길을 들어서자 자목련과 수선화가 활짝 피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이다. 다양한 꽃들과 잔디와 잡초들이 모두 푸르러 봄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쌀쌀하다. 현재 기온이 5도이다. 그나마 햇빛이 나와 다행이었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한참을 걸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자 그곳에는 초등학교가 나왔다.





교문 입구부터 우거진 나무로 덮여 있다. 안에 들어가 보려다가 오해를 받을까 봐 겉만 보고 나왔다. 오늘 일정은 코츠월드(Cotswold)다. 코츠월드는 영국 사람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마을로 꼽는 곳이다. 런던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시골 마을들로 코츠월드의 원 뜻은 ‘양 떼와 오두막집이 있는 언덕’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과거 이곳 사람들이 양을 키우면서 생활하던 곳이다.





코츠월드 가는 길은 푸른 하늘과 녹색의 평원이 펼쳐진다. 길가에는 분홍의 벚나무와 배꽃을 닮은 듯한 흰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그러다 햇빛이 났다가도 어느새 비를 뿌리고 있다. 봄날의 변화무쌍한 영국의 날씨를 그대로 잘 보여준다. 차창을 스쳐 지나가는 소들과 양 목장은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코츠월드’는 특정 도시의 이름이 아닌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구릉지대의 작은 마을 100여 개를 일컫는 명칭이다. 이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히는 마을인 Bourton-on-the-Water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도로 옆으로 난 맑은 하천을 따라 걸어갔다. 하천은 U자를 그리면서 흘러간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동서양 명당의 개념은 거의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하천을 따라 걸어가자 동심으로 돌아갔다. 이곳의 시냇물은 이국적이지 않고 어릴 적 미역하고 미꾸라지 잡으며 뛰어놀든 내 고향의 시냇물 같다. 물도 깨끗해 날이 더운 날에는 온 동네의 어른, 아이 모두 함께 나와 물장난을 치면서 추억을 쌓는 시냇물이다.

















시냇물이 돌아나가는 지점에 이국적인 집들이 나타났다. 마치 동화 속에 온 것 같다. 이 집들의 재료는 석회암으로 외벽과 지붕을 석회암을 다듬어 지었다. 지붕에는 세월이 겹겹이 쌓인 이끼가 검게 피어 있다. 담장도 벽도, 지붕도 모두 세월 속에서 퇴색된 석회암이다.이 집들은 보통 600년에서 800년 전에 지어진 집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습들이 좋아서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코츠월드를 사들이고 싶어서 5번이나 왔다 갔다고 한다. 포드사에서 이 집들을 모두 사서 미국으로 해체해 가서 다시 지으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영국인들이 돈을 모아서 보존했다고 한다.





















마을을 돌아 보다가 사과꽃처럼 보이는 꽃의 향기를 맡으려 점프를 하다가 한 달 전에 다친 종아리 근육이 다시 뚝 소리를 내면서 근육의 한 가닥이 파열되는 느낌이 들자 곧바로 통증이 엄습해왔다. 호사다마다. 나이를 생각해 늘 조심조심해야 되겠지만 순간적으로 너무 좋아서 젊은 시절처럼 행동하다가 이러한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늘 겸손하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한 번 더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픈 다리를 참아가면서 조그만 언덕을 올랐다.













그곳에는 비슷한 듯 다른 꽃들이 피어있다. 이곳의 봄꽃들이 우리의 봄꽃들과 많이 닮아 있다. 특히 민들레는 똑같고 무스카리도 똑같다.





노란색 꽃은 우리의 동의나물과 비슷한 듯 다른 듯하다. 쩔뚝거리는 다리로 조심조심 천천히 걸어 마을 앞으로 나오자 계속 따라온 시냇물이 윈드러쉬 강(River Windrush)에 합류한다. 강이라 하지만 시냇물보다 조금 더 넓은 냇물 같은 강이다.





강에는 백조와 청둥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영국에서 백조는 ‘새들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귀한 존재라고 한다.





동양인, 서양인 구별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때 묻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 속에 펼쳐진 드넓은 평원과 그 안의 동화 같은 마을에 살아보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보는 이상향이다. 그런 이상향 같은 곳이기에 이곳은 몇 백 년 동안 변치 않는 모습이 유지되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먼 동쪽나라에서 15시간을 날아가 처음으로 간 그곳 코츠월드는 서쪽나라의 무릉도원으로 내 마음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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