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최영도  (Homepage) 2017-10-24(화) 06:43:25, 5587

엊그제 퇴직을 한 것 같은데 벌써 6년의 시간이 거의 다 흘러가고 있다. `산 속에서 산을 볼 수 없다.`는 말대로 교직에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학교 생활을 하며 몸에 밴 습관의 장단점을 조금은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 중에 하나가 일상 속에서 모든 것이 정확하고 명확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지난 30여 년 간을 종이 울리면 시작하고, 또 종소리가 울리면 끝맺는 일과 속에서 생활해오다보니 지금도 무슨 일을 할 때면 휴대폰 알람을 켜둔 채로 모든 시각을 꼬박 꼬박 지켜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단체생활 속에서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를 하면 안되도록 지시를 하고, 그 지시 사항대로 지켜지고 있는 지 아닌 지를 확인하여 지킨 학생과 안 지킨 학생들을 구별해 상벌로써 보상 해주며 말의 귄위를 세워오다 보니 산악회에서 운영하는 단체 산행에 동행하게 되면 출발 때부터 리더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참가자들의 행동 때문에 마음이 편치않다. 그런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리더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그 분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산행에 참가하였는데 이런 곳에 와서까지 남의 통제를 받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법하다. 그러다 보니 출발 장면부터 마치는 시간까지 무질서의 연속이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들은 그 장면에 익숙해져 있고, 나는 남들을 배려하며 질서있게 움직이는 모습에 더 익숙해져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못본 척하고 그냥 지나쳐 지지가 않는다. 이게 직업병인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수십명이 어울려 다니는 단체 산행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그 분들의 행동도 고칠 수 없고, 나의 직업병도 고칠 수 없어 당분간 장면을 피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사랑 산행팀이 십여 년 이상 계속 근교산을 같이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산행팀을 조직화하여 그 숫자를 불리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과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저와 비슷한 직업병을 가진 선생님들이시기 때문에 지도력(leadership)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추종심 내지는 동료애(fellowship)를 바탕으로 한 배려심이 몸에 베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이런 생각도 떠올려 보았다. 이런 교사로서의 직업병 때문에 남을 배려할 여유를 갖지 못한 요즘 학생들 곁을 떠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교사로서의 직업병 때문에 교직을 떠나야 하는 이런 아이러니가.........!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윈심력과 구심력
다음글 :	제 19 대 대통령 선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