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최영도  (Homepage) 2013-02-26(화) 05:52:52, 3326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갈 박근혜 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0년에 인사청문회법이 시행됨으로 인해 김대중 정부 말년 장상 첫 여성 총리내정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었다. 이 인사청문회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 부문이다. 하나는 직무 수행에 대한 능력을 검증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런 자리를 맡겨도 될 만한 인품을 지닌 분인지 아닌지에 대한 도덕성을 검증하는 일이다. 그래서 220년의 청문회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은 정말 엄격한 절차를 거쳐 치뤄진다. 먼저 독립기구인 인사처 성격의 OPM(The 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이란 게 있고, 그 아래 연방조사국(Federal Investigative Services)이 있어 추상같은 인사 검증이 이뤄진다. 평소 직급과 무관하게 전체 공직자의 90%, 한 해 200만명 이상의 신상을 저인망식으로 검증하고 정보를 세밀하게 축적해 둔다. 그리고 고위직 사전 검증은 FBI(연방수사국)에서 직접 맡는다. 세무조사는 기본이며, 옛날에 살던 동네까지 찾아가 그 때의 평판까지 탐문하여 자료로 남겨 두게 된다. 도덕성이나 인품에 관한 검증은 이런 1차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청문회에 나설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2차 검증은 자연스럽게 능력 검증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청문회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이런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 않다보니 축척된 자료가 부족하고 검증해야할 기간은 너무 짧아, 새 정부를 꾸려갈 팀에서는 평소의 측근을 추천할 수 밖에 없고, 야권과 언론에서는 청문회 대상자로 추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능력은 인정 받은 상태라고 간주하고, 주변의 제보를 토대로한 광범위한 도덕성 검증에만 사활을 걸게 된다. 그 동안 도덕성 검증에만 매달리는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를 볼 때마다 사격이라는 운동경기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이던 내가 타의에 의해 부산체육고등학교 사격부감독으로 재직하게 되었던 시절을 떠올려 보게 된다. 선수들을 지도해야할 지도자가 도리어 선수들에게 나의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전문서적을 뒤져보기도 하면서 깨우치게 된 내용이 두 가지 있다. 사격을 잘 하려면 정지 동작을 아무리 유지하려 해도 조금씩 움직여질 수 밖에 없는 조준선의 움직임을 직시하면서 자신의 사격 행위와 순간 순간 변하고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격발 타이밍을 1~2/100 초 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미세한 감각을 타고난 사람 이어야 한다는 사실과 마지막 한 발에 자신의 모든 것이 다 걸려있는 승부의 순간에도 아무런 흔들림이나 흐트림 없는 느긋함과 무던함의 배짱을 갖춘 사람 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세한 감각을 갖춘 섬세한 사람, 그러면서 쉬 흔들리지 않는 여유로운 사람! 이런 아이러니한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선수를 그 동안 나는 만나보지 못했다. 느긋한 학생은 무뎌서 도저히 그런 미세한 감각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없고, 예리한 감각을 가진 친구는 섬세하기 보다는 예민한 편이라서 순간 순간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하고......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면 능력과 도덕성도 아이러니한 두 가지 요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능력과 도덕성을 모두 갖춘 사람이 참 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고등고시나 행정고시를 패스한 사람은 비슷한 능력의 소유자로 공직이라는 스타트 라인에 같이 들어섰을 텐데, 출세라는 경쟁체제에서 조금씩 뒤로 밀리고 밀려 지금 우리에게 알려지지 못한 수많은 사람과 언제 어디서든 남보다 앞 서 나가 국사를 다룰 수 있는 큰 자리를 맡기 위해 청문회 대상자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된 사람 중 누가 더 이기적으로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일까? 지금의 청문회를 바라보는 것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짜증만 나는 일이고, 검증에서 탈락하는 본인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점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아픔들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간음한 여인을 앞에 두고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는 예수의 심판을 들먹이며, 인사청문회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무용론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 청문회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해 뒤뚱거리는 안쓰러운 모습이지만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좀 더 기다려주면 어떨까? 이타적인 맘으로 남과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묵묵히 일만하는 그런 모자라는 사람들도 청문회 대상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그런 날을 앞 당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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