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사랑 최영도  (Homepage) 2012-07-03(화) 13:07:52, 3666

오늘도 길거리 좌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천원짜리 고무줄 한 타래를 구입하였다. 집에 돌아와 반짇고리를 열어보면 이전에 구입해두었던 고무줄이 몇 개는 더 있다. 그래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무줄을 넣어두고 옷장을 열어본다. 모든 옷을 통틀어 보아도 몇 벌 되지않는 옷이지만 그 옷 가운데 대부분의 바지는 고무줄 바지이다. 나는 왜 이토록 고무줄을 좋아하는 것일까? 첫째, 고무줄의 단순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신발끈을 잘 매지 못한다. 왜냐하면 신발끈은 모순된 두 가지 목적을 다 수행할 수 있도록 매야하기 때문이다. 신을 때는 절대 풀리지 않도록 매야하고, 벗을 때는 쉽게 풀리도록 매야한다. 동시에 모순된 두 가지 목적을 수행할 수 있게 하자니 매듭법을 익혀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지를 입을 때도 모순된 두 가지 주문을 동시에 하게 된다. 쉽게 내려오지 못하게 하면서 쉽게 내려오도록 하는 모순된 두 가지 요구를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수행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런데 고무줄은 매듭법 같은 복잡한 기술을 익힐 필요없이 그냥 올리고 내리면 주인의 맘을 맞춰준다. 그래서 고맙고 그래서 좋다. 둘째, 고무줄은 나를 옥죄지 않는다. 나는 시계를 차지 못한다. 넥타이를 매지 못한다. 나를 옥죄는 느낌 때문이다. 나홀로 집에 있을 땐 아무 것도 걸치지 않는 것이 정말 자유롭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보니 할 수 없이 걸쳐야할 때가 더 많다. 최대한 나를 옥죄지 않는 고무줄이 고맙고 좋다. 이런 구속감이 싫기 때문에 구속력을 가진 계모임에 들지않고, 예와 절차를 따지는 관혼상례도 싫고, 직장에서나 어떤 단체에서 직분을 맡는 것도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세째, 고무줄은 부드럽다. 고무줄은 물처럼 제 모양에 대해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자신의 모양을 들어내지는 않지만 자신의 역할에는 충실하다. 그리고 상황이 바뀌어 다른 역할이 주어지면 이전 역할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자신의 흔적을 지울 줄 아는 부드러움이 있다. 네째, 고무줄은 값이 싸다 아무리 유익한 것이라 할지라도 지불해야할 값이 너무 크면 그 혜택을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없다. 그런데 천원짜리 고무줄 하나면 예닐곱 벌의 바지는 거뜬히 고칠 수 있다. 역할을 보면 값을 튕겨도 될 법한 데 폼잡지 않고 길거리에서 천원에 팔려 다니는 니가 참 고맙다! 그래서 나는 고무줄을 사랑한다.

류정애		고무줄만 사랑합니껴........ 모든걸 다 사랑하고 품고 앉아주시는 .....샘!	2012-07-31 13: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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