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읽으러 최영도  (Homepage) 2012-03-23(금) 16:36:14, 3414

퇴직하기 전에는 길을 걸으려고 집을 나섰는데 요즘은 길을 읽으려고 집을 나섭니다. 길을 걷는 다는 것은 취미로 하는 독서처럼 책의 글자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상상을 즐기는 것이라면, 길을 읽는 다는 것은 시험 공부하는 학생처럼 밑줄을 긋기도 하고 때로는 암기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글을 읽는 것처럼, 이 길 저 길의 방향과 거리 그리고 끊김과 연결됨을 확인하여 남들에게 어떻게 쉽게 길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이 길과 저 길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얘기는 없을까? 머리와 마음까지 같이 걷는 것을 읽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길을 읽으러 집을 나서게 되면서부터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길들에 더욱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집을 나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청소하고 계시는 아주머님과 경비하는 어르신을 대할 때도 미안함과 고마움이 사무쳐 올라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저렇게 늘 수고하고 계셔도 놀이 삼아 길을 나서는 내 연금보다 부족한 봉급으로 생활하고 계실텐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조그마한 동네 산을 찾을 때는 이 골목 저 골목 끊길 듯 열리고 열릴 듯 끊긴 길 아닌 길 옆에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들의 고단한 삶까지도 읽게 됩니다. 혹 저 낡은 건물이 우리 아파트를 청소해 주고 계시는 아주머니와 우리 집을 지켜 주시는 어르신의 삶터는 아닐까? 이 분들의 고단한 삶이 흘린 땀으로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우리는 아닐까? 때때로 편하고 넓은 임도를 만날 때면 평탄하게만 살아온 제 교직 생활 32년도 떠올려보게 됩니다. 내 인생 모든 직장 생활인 교직 생활 전체가 이런 임도같은 길이었겠구나! 길이 삶이고, 삶이 곧 길이 아닐까? 오늘도 그동안 걸어보지 못한 내 삶의 길과 이웃을 떠올리며 이름없는 초라한 산길을 읽으러 집을 나서봅니다.

박재한		내 친구, 영도! 대단혀! 무지렁뱅이인 내가 보아도 바야흐로 경지에 오르신 듯한 느낌이 들 지경이니! 고마우이! 발밑을 항상 조심하시어 더 멋진 모습으로 오랫동안 곁에 있어 주길 바라네	2012-03-26 12: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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