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초보 최영도  (Homepage) 2012-03-17(토) 08:28:22, 3863

전업 주부의 길에 들어선 지가 수습기간(춘계방학)을 포함하여 한 달여 쯤 지난 것 같다. 전업 주부가 되기 전, 한번씩 설거지를 도와줄 적에는 그릇을 깨뜨린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전업 주부의 길에 들어서자마자 2주일여 만에 컵을 네 개나 깨뜨리고 말았다. 처음 깨뜨릴 때는 `어이쿠, 이런 실수를!`이라고 생각하며 깨뜨린 컵을 바로 바로 버렸었는데, 이런 실수가 계속 반복되자 앞으로 깨뜨리게 되는 그릇들은 바로 버리지 말고 싱크대 앞에 차례대로 진열해 두어 설거지 할 때마다 조심할 수 있는 교훈의 현장으로 보존키로 했다. 그리고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실수의 순간들을 되새겨 보았다. 네 번 다 공통점이 있었다. 설거지 퍼떡 끝내놓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지! `다음`의 일을 생각하다 깨뜨린 것이었다. 완전 초보가 다음 일까지 생각하다보니 마음만 바빴던 것 같다. 대학시절 축구부에 들어가서 훈련할 때 일이 생각났다. 초중고교 시절부터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은 천천히 여유롭게 뛰어 다니는 것 같은데도 빠르고 정확하게 기술들이 연결되는데, 나는 쉴 새 없이 부지런히 뛰어다녀도 늘 상대의 뒤꽁무니만 허겁지겁 따라다니다가 실수만 연발하곤 했었다. 여유로운 동료에게 물어보았다. 친구야, 나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왜 이리 안되는 지 모르겠구나? 니는 지금 다음 동작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애. 먼저 트래핑부터 해 가지고, 니 공을 만든 후에 패스를 하든지 슈팅을 하든지 그래야 되는데, 니는 니 공도 되기 전에 다음 동작들부터 먼저 생각해 버리니까 죽도 밥도 안되는 것 같애. 그런데 처음에는 다 그랬던 것 같아. 기초 동작을 더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어느날 고쳐질꺼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해봐라. 그렇다. 부지런한 것과 바쁜 것은 다른 것이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지우고 천천히 하다보니, 지난 10여일 동안에는 하나도 깨뜨리지 않게 되었다. 진열해 두었던 깨어진 컵을 버리기로 했다. 컵을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성경 말씀도 상기해 보았다. -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 - <마태복음 6장>

박재한		마죠!! 결국 모든게 마음의 눈(심안)이 열려야 한다더니....열리고 보면 대단한 비결이 아니라 모두가 아는 간단하고도 평범한 것이지만,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가혹한 댓가를 치르는 좌충우돌의 시간을 보내기 마련인 그런 경험이 다들 한두가지는 있을걸....아마도.....	2012-03-26 12:21:02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길을 읽으러
다음글 :	체육선생 최영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