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선생 최영도 최영도  (Homepage) 2012-03-02(금) 16:43:07, 4866

그 동안의 제 명함입니다. 영원한 체육선생 최영도이고 싶었습니다. 매일 새벽 5시 30분이면 집을 나서 산길을 넘어 학교로 출근하던 체육선생 최영도가 오늘 아침엔 가족들을 학교로 보낸 후 천천히 새 직장인 산길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번 직장에선 시간표와 학생들 그리고 공문과 동료들의 표정을 읽다가 퇴근하곤 했었는데 새 직장에는 시간표도 공문도 동료도 없었습니다. 내 몸이 느끼는 시간표에 따라 도시락을 비우고 내 맘 가는대로 생각하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핸드스프링(손 짚고 앞 돌기)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유지한 채 평교사인 체육선생으로 정년퇴직 하는 것이 꿈이었었는데, 내가 왜 이 시간 이 길을 걷고 있단 말인가? 나는 왜?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던 체육선생 자리를 포기한 것일까? 최근 몇 년간 저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제가 만족할 만한 체육수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학 교과의 경우는 고 2~3이 되면 미적분을 배우게 됩니다. 고교에서 미적분을 풀기 위해서는 일찌기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인수분해, 함수.... 초등학교부터 고교에 이르기까지 이런 단계들을 거쳐 와서 어느날 미적분도 풀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체육도 성장발달 단계에 맞게 교육과정이 잘 편성되어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초등 때는 신체적 놀이를 통해 체력과 사회성을 기르도록 목표를 설정해 두었고, 중학교 때는 각 종 운동경기(스포츠)의 기초 기능을 익히며 체력과 정신력과 사회성을 키우도록 되어있고, 고교에 와서는 초-중에서 익힌 기능과 체력을 바탕으로 운동경기를 펼치면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민주시민이 되어 더 큰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체육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대부분이 올바른 단계를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고교에 진학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곱셈도 못하는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수학을 지도해야 하는 수학교사의 심정으로 체육을 지도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고등학교 체육선생님의 고통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많은 체육선생님들이 `아나 공`이란 방치 수업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옛날 아이들은 그런 `아나 공` 수업으로 인해 기초를 배워 오지 못한 경우에도 피구나 풋베이스볼, 공차기처럼 놀이 위주의 수업을 간간히 원하기도 했었지만, 운동 경기라는 더 큰 즐거움을 위해 힘든 기초 기능 훈련 때나 체육이론 수업 때도 진지한 태도와 표정으로 잘 따라 주었습니다. 그런데 참을성은 없어지고 자신들의 요구는 더 많아진 요즘 애들은 입시에 도움되지 않는 기타 과목인 체육시간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신체놀이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금만 힘이 들면 포기 하거나 싫어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원하는대로 힘든 훈련 과정이 필요 없는 피구나 뉴스포츠 같은 놀이 위주의 수업만 한다는 것은 고등학교 수학교사가 수학 시간에 숫자놀이나 주사위 놀이를 지도하는 것과 같은 현상일 것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대로 따라 가야할 것인가? 교사가 생각하는 기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여 억지로라도 끌고 가야할 것인가?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업이 없는 빈 시간에는 교육본질을 벗어난 온갖 불필요한 전시행정 공문 처리에 정신이 없습니다. 옛날에도 불필요한 공문들이 종종 하달되곤 했었지만, 그 시대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공문의 분량이 적었고 내용도 단순한 것들 이었으며, 교육청별로나 학교별로 지나친 순위 경쟁도 없었기 때문에 그 시대의 학교는 공부를 잘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주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학교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리고 비교육적 순위 경쟁을 위한 전시행정 공문 처리가 주 업무가 되고 말았습니다. 교무실, 교실, 체육관, 운동장 그 어디에서도 체육선생 최영도의 모습을 스스로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미련없이 떠나기로 했습니다. 체육선생 최영도를 대신해 줄 새로운 최영도를 찾아서.......

김영국		안타깝습니다. 제가 곁에 있었으면 많이 말렸을 것입니다. 수업을 갖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학생들을 좋아하고, 학교를 바로세우려 애쓰고, 선생님들이 즐겁게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헌신하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올곧게 생각하고 행동하시고........ 선생님은 선배에게나 후배에게 두려움과 공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교육계의 소금이고 설탕이었습니다. 아쉽지만 새로운 최영도를 찾아 나선 선생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멀리 보고 천천히 나아가십시오.	2012-03-02 19:59:52
제해철		정---말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그동안 얼마나 속이 썩어셨으면... 미친놈 많은 곳엔 정상인이 미친놈 된다더니... 부디 더욱 건강하시어 더 큰일을 맡아 해 내시길 빌겠습니다.	2012-03-02 22:19:19
송성수		참으로 어려운 세상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중요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는데, 대학신입생들의 실력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고생인데, 좋아지는 것은 별로 없네요. 아무튼 영도샘께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시는 모습 자체가 제자들에게는 큰 교육이 되고 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2-03-03 09:49:20
최영도		교장선생님, 건강하시죠? 사전에 상의 드리지 못하고 경솔하게 실행하여 죄송합니다. 제 개인이 교육환경을 바꾸기엔 너무나 나약한 존재이고 그렇다고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을 계속 대하자니 마음 빚이 계속 늘어나는 기분이고.... 제교수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제가 미친놈입니다. 교수님 맘은 십분 이해가 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저처럼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계실 여러 선생님들께 격려의 말씀이 더 필요하실 것 같네요. 주변이 정리되는대로 포항 함 들리리다. 감사!	2012-03-03 09:53:32
제해철		주변 정리 빨리하시고, 포항에 꼭 오시기를 ... 하루 전 연락 주시고... 제 짧은 소견으로 최선생님은 천상 선생님이시고, 한분이 다양한 과목을 필요로하고 박식함으로 개인의 특성을 찾아 인재를 발굴하는 대안학교 이사장 겸 교장선생님이 제격이 아니실런지요?	2012-03-06 22:19:17
구은성		선생님..안녕하시죠? 오랜만에 용기내에 답글 달아봅니다. 가끔씩 들러 선생님의 글 보며 제 안의 갈등과 고민들을 나눌 수 있어 위안을 삼곤 했는데 글을 보며 많이 놀랐습니다. 새학기를 맞아 체육기본방향 연수를 다녀오면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체육 수업의 정상화는 언급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매년 하는 연수이면서도 매년 새로운 사업들이 점점 늘어만 갑니다. 모두들 학생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진정 학생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학생들을 대하지만 축구 밖에 모르는 남학생들과 움직이는 것조차 거부하는 여학생들을 함께 대하는 제 모습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끔 이곳에 들러 선생님의 글..그리고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공감하고 마음을 잡아 다시 제 생활로 돌아오곤 했는데 참 많이 아쉽습니다. 따로 연락 드리지도 못했고..가끔 교사축구회 모임에서 인사드리는 것이 다였지만..항상 마음으로 배우고 또 되새겼습니다. 항상 고민하고 반성하는 후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2-03-12 23: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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