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존중하라! 최영도  (Homepage) 2011-12-20(화) 07:04:12, 3811

저는 신랑 아버지의 친구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가 같은 반이 되면서 친해지기 시작했으니까 한 40년 가까이 사겨온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부부가 되고자 하는 이 두 사람은 우리보다는 한 참 짧은 기간 사귄 친구 사이일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를 하객으로 모시고 부부가 되는 이 자리는 앞으로 잠자리까지도 같이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언약의 자리이기도합니다. 저도 집에 돌아가면 20여년 넘게 사겨 오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제 아내가 있습니다. 신랑 아버지나 제 아내와 같은 이런 친구들을 사귄 지 수 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동안 우리는 언성을 높이면서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성질이 없어서 안 싸운 게 아닙니다. 서로에게 무관심하거나 사랑이 없어서 안 싸운 것도 아닙니다. 서로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그런 별 볼일 없는 친구에게 어떻게 자기 귀한 자식의 주례를 부탁할 수 있겠습니까?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안 싸운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에 싸움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자리에 서 있는 신랑과 신부는 각 각 이십 수 년 전에 벌써 다른 유전 인자를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이십여 년의 긴 세월을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남남인 채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둘이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고, 서로 다른 꿈을 꾸면서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다른 면들을 더 많이 확인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두 사람은 같이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면이 발견될 때마다 그 다른 점을 서로 존중해 주도록 노력하십시오. 그것이 화목한 가정의 시작입니다.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고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친구는 기둥과 같은 사이라고 합니다. 기둥과 기둥이 한 자리에 똑같이 서로 붙어 서 있으면 그 기둥 위에는 건물이 들어설 수 없습니다. 또한 기둥과 기둥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기둥 위에는 건물이 들어 설 수 없거나 잠시 들어설 수 있다 하더라도 곧 허물어지고 말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적당히 거리를 벌린 채 떨어져 서 있을 때   그 위에 화목이란 가정이 넓고 튼튼하게 세워질 수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슬기로운 부부가 될 것을 권면합니다. 한 3주 쯤 전에 신랑 아버지로부터 주례를 부탁 받았습니다. 친한 친구의 부탁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흔쾌히 바로 수락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허락 받은 후에 승낙했습니다. 친구야, 주례는 할 수 있겠는데 니도 알다시피 나는 넥타이를 멜 수가 없단다. 넥타이 안 메고 계량 한복 입고 주례 서도 된다카면  서주꾸마. 제 결혼식 때에도 사전에 아내랑 처갓집에 저는 넥타이 못 메는 사람이라고 말씀 드리고 허락 받아서 그냥 양복 안에 남방 하나 걸치고 식장에 갔습니다. 식장에서 이런 제 모습을 본 친구들이 자기들 넥타이 풀어가지고 억지로 내 목에 칭칭 감아주는 바람에 한 삼십 분 서있는 동안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뒤로 한 번도 넥타이 메어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저는 남들과 다릅니다. 앞으로 이 부부들도 살아가면서 상대의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발견하게 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라는 말은 서로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래, 우리는 서로 다르니까, 니는 니 맘대로, 나는 내 맘대로, 그래 각 자 알아서 지 맘대로 따로 놀자! 부부나 친구는 따로 국밥이 아닙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라는 말은 서로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라는 말입니다.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고, 이해를 구하고, 타협하고, 조정하는 것이 상대의 다름을 존중하는 바른 태도입니다. 이런 배려가 곧 사랑입니다. 신랑 김종윤군과 신부 성민수양은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사랑하는 부부가 되어, 영원히 화목한 가정을 꾸려 가라.`는 이 짧은 한마디 말을 주례사로 전하면서 저의 말을 맺으려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금정산 둘레길
다음글 :	꼼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