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최영도  (Homepage) 2011-04-15(금) 05:34:26, 3573

최근 각 검색사이트 검색창에 카이스트라는 단어를 쳐보려고 `카이`라는 글자를 치는 순간, 검색창 아래 열리는 예상검색어 목록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카이스트 자살`이란 단어이다. 그리고 그 단어를 클릭해보면 이런 말들이 줄줄이 장식되어 있다.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해 서 총장이 도입한 차등적 등록금제, 전 과목 영어수업 등이 잇따른 자살 사태의 원인? 기업식 시장경쟁 논리로 등록금을 징벌 적으로 활용하는 자체가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점수경쟁에 급급해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사명이 왜곡되고 있다. 서남표 총장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사퇴! 사퇴! 사퇴! 많은 분들이 총장의 사퇴를 공론화시키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카이스트를 없애라!`는 주장이 아니라서 참 다행인 것 같다. 1905년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1905년 한 해 동안 아메리칸 풋볼 대학시즌 중 경기를 하다 사망한 대학생 미식축구 선수만 18명이나 되었고, 159명의 대학생들이 경기 중 각종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것이다. 각 언론들은 연일 `이런 위험한 미식축구를 폐지하라`는 사설을 쏟아 내었고, 사회여론은 위험한 미식축구보다는 안전한 럭비를 되살리자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 여론에 편승하여 미식축구 금지법을 발의하려는 미의회에서 그 당시 대통령 데어돌 루즈벨트(1930년대 뉴딜정책을 펼친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이런 연설을 하였다. 우리는 매년 아메리칸 풋볼이라는 우리의 경기를 통해 수 십 명의 고귀한 젊은 생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슬픈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젊음의 피가 아깝다고 하여 아메리칸 풋볼이라는 우리의 경기를 잃게 되면 이 경기가 갖고 있는 우리 미국의 개척정신(땅따먹기 경기 - 아메리칸 인디언의 입장에서 보면 침략정신)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 미의회와 국민은 고귀한 젊은 피보다 미국의 개척정신을 선택하였다. 누군가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은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올바른 사회적 원인 분석 없이 한 개인의 사퇴로 `대학생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훈련하여 월드컵에서 우승하자고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축구감독 때문에 그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몇 선수가 자살 했다고 생각해보자. 국가대표팀을 해산하는 것이 답일까? 감독이 사퇴하는 것이 답일까? 카이스트는 0.5등급 이상의 영재들만 모이는 국가대표급 공부선수들이다. 그들이 좌절하는 이유가 혹독한 훈련 때문일까?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에 길들여졌던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이유는 아니었을까? 그동안 1등으로만 대접 받던 향수병이 원인은 아니었을까? 곧 5월이 다가오고 각 학교에서는 체육대회를 치르게 된다. 우승하는 반은 한 반 뿐이고 나머지 아홉 반은 패배의 쓴 맛을 맛보게 된다. 이기는 것만 가르치는 체육대회가 아니라 패배의 쓴 맛 속에서 1등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좌절을 배우는 체육대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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