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양실(一擧兩失) 최영도  (Homepage) 2011-03-27(일) 13:56:16, 3749

80년대 중반 쯤 이었던 것 같다. 조금 힘들게 살던 한 친구가 장사를 시작해 보려고 은행에서 융자를 받으려고 하니 보증인이 필요하였다. 나에게 돈이 있으면 그냥 주고 싶던 친구였는데 준비된 돈이 없어 연대보증인이 되어 주기로 했다. 그 당시 내 봉급이 그리 많지 않던 까닭에 나 혼자만의 보증으로는 친구가 필요로 하는 500만원에 대한 보증을 단독으로 서 줄 수가 없어 내 스스로 또 다른 친구에게까지 부탁하여 500만원의 돈을 융자 받게 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1년이 조금 지났을 때 쯤 친구가 벌렸던 사업이 뜻대로 되지 못해 파산하기에 이르렀고 연체에 연체를 거듭하던 대출금을 받기 위해 J상호신용금고라는 악덕 고리대금업자들은 보증인인 나에게 사전에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말끔한 신사 분을 학교로 보내어, 내 수업 시간마다 교실 밖을 서성거리게 하다가 수업을 끝내고 나오면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선생인 나를 남의 돈이나 때먹는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우는 수모를 주곤 했다. 어이없는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딱히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단지 학생들이 평소 나의 인격을 알고 있을 것이기에 나를 오해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으며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래서 제 2 금융권에 근무하는 선배님께 자문을 구했더니 지금 학교로 찾아와서 최선생을 함부로 대하는 그 친구는 교육을 받고 최선생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어 얻어 맞으려고 찾아온 친구니까 절대 최선생이 그 친구와 몸싸움을 벌리지 말고, 그 금융회사 사고 처리부서를 찾아가서 합의를 보고 연체 이자 일부만 감액 받고 빨리 갚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알려주었다. 당장 급한 돈 몇 십 만원은 고맙게도 내 부탁으로 제 2 보증인이 되어주었던 그 친구가 갚아주었고, 나머지 300여만 원의 돈은 할 수 없이 학위 논문 대필이라는 잘못(공소시효 지났음)을 저지르고 돈을 구해 갚아주었다. 그리고 친구는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2년 쯤 뒤 내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결혼 문화를 바꾸고 싶었던 나는 청첩장을 만들지 않았고 그냥 친한 친구들 몇 명에게만 전화로 결혼 소식을 알려 주었었는데 다른 친구로부터 내 결혼 소식을 전해 듣게 된  이 친구가 결혼식 전에 부산으로 나를 찾아왔다. `영도야, 니 결혼 소식 전해 들었는데 돈이 없어서 그 돈을 갚을 수가 없구나. 사실 너 만나러 이렇게 내려올 차비도 없어서 몇 만원 빌려서 부산 내려왔단다. 친구야, 미안하다! 그런데 내가 내려온 이유는 너한테 해줄 게 아무 것도 없지만 혹 네 부인될 분에게 예물로 아직 시계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요즘 예물로 인기 있는 D표 고급시계를 값싸게 준비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 그것이라도 구해 너를 도울 길이 없을까? 생각해서 이렇게 내려왔단다. 내가 부산에서 이 장사 저 장사 다 해봤어 루트를 아는데 시중에서 30여만 원 하는 D표 시계를 4만원이면 나는 구할 수 있단다. 그것이라도 구해 내가 선물 하고 싶지만 친구야 그 돈도 지금 내겐 없단다. 니가 내게 4만원만 빌려다오. 그러면 그 돈으로 D표 시계를 구해 주고 서울 올라가서 돈이 벌리는 대로 송금해 줄게.`.................. 벌써 이십년도 더 지난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런데 며칠 전 늦은 밤 술기운이 약간 묻은 목소리로 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영도야, 잘 있나? 옛날 니가 내한테 보증 섰다가 대신 갚아 준 돈 있제? 그 돈 이자는 못주겠고 겨우 원금 정도 밖에 안 될 낀데 한 오백만원만 보내꾸마 통장 번호 좀 불러 주라. 통장에 500만 원 이라는 거금이 들어왔다. 내 부탁으로 제 2 보증인이 되어 주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 때 니가 대신 갚아 준 돈이 얼마인지 물어보니 기억이 없단다. 100만 원을 그 친구에게 보내 주고, 또 100만 원은 돈을 보내 준 그 친구에게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 상표 몇 개를 내 이름으로 등록하여 선물하는 경비로 충당하고 있는 중이고, 나머지 300만원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 때 그 시계의 사연과 함께 전했습니다. 일거양실(一擧兩失) `돈 잃고 사람까지 잃게 되니 친구지간에 돈 거래는 절대 하지 말라.` 고들 말씀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돈 잃고 사람 잃는 것이 아니라, 돈 잃은 것 때문에 그 사람까지 버리는 일거양실(一擧兩失)은 절대 하지 마시라.` 고 말씀 드리고 싶답니다!

류정애		영도샘다운 교육철학이고......방법이고....많은걸 느끼게하는 칼럼입니다 이렇게라도 돌아온다는게 참 고마울따름입니다 아름다운 사연 ......교육사랑입니다!	2012-07-27 11: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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