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5 최영도  (Homepage) 2011-01-01(토) 16:01:18, 3587

두어 달 쯤 전이었던 것 같다. 문상 다녀오는 길에 발이 허전하여 아래로 내려다보니 구두가 헤져 있었다. 10여년 이상 신은 구두라 그냥 버리고 새로 하나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동네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수선집이 생각났다. 집에서 더 가까운 곳에도 한 군데 더 있지만 약간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집에서 수선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집의 사장님을 다 모르지만 동여고로 출근하던 작년까지는 정류장 근처 수선집 사장님께서 아침 일찍부터 운동을 하고 주변 길을 청소하신 후 문을 여는 모습을 종종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 성실하신 분이구나! 나는 구두 신을 일이 거의 없지만 혹 이 다음에 구두 고칠 일이 생기면 꼭 저 집에서 수선해 주어야지! 헤진 구두를 보며 그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다음날 구두를 들고 찾아보니 문이 잠겨있다. 출입문 아래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드렸더니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라 다음 주 월요일 쯤 되어야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 하셨다. 며칠을 기다렸다 월요일 퇴근길에 다시 찾았더니 지금 자기가 처한 사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양쪽 벽면에 하나씩 부착되어 있었다. 며칠 전 나와 나눴던 전화 내용 때문에 아마 가족을 통해 안내문을 부착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안내문을 출입문에 하나만 붙여도 될 텐데 다른 방향에서 찾는 손님이 혹 보지 못할세라 양쪽에 한 장씩 두 장을 붙여둔 것 같았다. 거리를 청소하던 모습, 그리고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을 알리려는 자세. 어떤 분일까? 더욱 사장님이 궁금해졌다. 다시 전화를 드려 언제쯤 퇴원하시게 될지 여쭤보는 것이 마음만 불편하게 만들 것 같아 다음 날부터 매일 배낭에 구두를 넣고 출근하여 퇴근길에 문이 열렸는지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주 쯤 지난 어느 날 퇴근길에 보니 문이 열려있었다. 좁은 공간이라 목발은 밖에 두고 허리를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다. 구두를 내밀며 수선이 가능한 지 여쭈니 가능하다신다. 수선을 부탁드리며 몇 주 전 문이 닫혀있어 전화를 드렸던 일 월요일 다시 찾으니 안내문을 두 곳에나 붙여 둔 일, 그리고 몇 년 째 아침 일찍 운동하시고 청소하시던 모습에 관한 얘기 등을 들려드리며 꼭 이 집에서 수선하고 싶었다는 말씀도 드렸다. 며칠 후, 찾으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이번 주는 학교일로 인해 9시 이후에 퇴근하게 되어 찾을 수가 없고 토요일 쯤 찾으러 갈 때 전화를 드리고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오늘 찾으러 가겠다고 말씀 드리니 지금 전화 하시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신다. 도착해 보니 수선집 문이 닫혀있다. 잠시 후 목발을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오셔서 문을 열어 구두를 건네주신다. 오늘 쉬는 날 인 줄 알았으면 다음에 찾아도 되는데 불편하신 몸으로 이렇게 나오시게 해서 미안하다는 인사를 드렸더니, 주말에 구두 신을 일이 있을까봐 나오셨단다. 성실하고 따뜻하신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구두 신을 일이 없는데도 자꾸만 구두가 신고 싶어집니다.

김영국		참 따뜻한 얘기입니다. 배려4를 읽고도 감동했는데........ 그분에 그분입니다. 동화 같기도 하고,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 같기도 하고...... 그분들이 우리 곁에 실제로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2011-01-02 11:02:55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배려 6
다음글 :	배려 4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