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4 최영도  (Homepage) 2010-12-27(월) 09:24:17, 3570

요즘은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은 후에는 그릇을 깨끗이 설거지해서 돌려주고 있다. 이런 습관이 생기게 된 것은 십여 년 전에 복도형 아파트에 몇 년간 살게 되면서부터이다. 복도형 아파트에서는 어떤 집 문 앞에 내놓은 음식점 그릇들이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참 보기 흉한 장면을 하고 있을 때도 할 수 없이 그런 장면을 보면서 지나칠 수밖에 없을 때가 가끔씩 있다. 우리 집에서 시켜 먹은 후에도 저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어 귀찮지만 씻어서 내어놓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도 음식을 시켜먹게 되면 씻어서 내 놓아야 내 기분이 깔끔해 지는 편이다. 지난번에 살았던 복도형 아파트 한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3동에 한 3~4년쯤 살다 옆 동으로 이사하던 날 음식을 시켰는데 평소 한마디 대화도 없었던 사장님께서 우리 현관에 음식을 내려놓으시며 `어~, 선생님께서 이 집에 어떤 일이 십니까?` `아~ 예, 저를 아시겠습니까? 저 옆 동에서 방금 이리로 이사를 왔답니다.` `아~ 예, 잘 알지요. 학교 선생님이시라면서요. 선생님은 저를 잘 몰라도 저는 선생님 잘 압니다.` ............. 그 날도 그릇을 깨끗이 씻어 문 앞에 놓아두었다. 띵똥 띵똥 .... 문을 열어보니 식당아저씨께서 철가방보다 큼직한 휴지를 건네주신다. `아이, 사장님 왜 이러십니까?` `그동안 너무 고마워서...., 오늘 이사한 걸 알게 되어 적지만 휴지 한 통 사왔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선생님 댁에서 깨끗이 씻어놓은 그릇을 찾아갈 때마다 제가 돈 받고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사취급 받는 기분이 아니라 사람대접 받는 기분이 들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답니다.` 요즘도 배달 그릇을 설거지 하고 있으면 우리 애가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빠, 음식 값에 그런 값도 다 들어가 있는데 왜 그걸 씻어서 돌려 준데요?` `그냥, 내가 좋아서` 나의 작은 수고가 그 분으로 하여금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에 저도 덩달아 기분 좋았습니다. 작은 헤아림, 이런 걸 배려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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