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3 최영도  (Homepage) 2010-12-16(목) 07:18:20, 3697

부산에는 1~3호선까지의 지하철이 있다. 1호선 열차와 2호선 열차는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데 3호선 열차를 타보면 1~2호선과 다른 차이점을 누구나 쉽게 알 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3호선에는 열차와 열차를 연결해 주는 부분에 출입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차가 직선 구간의 선로에 들어서게 되면 승객이 많이 없는 시간에는 제일 첫 칸에서 마지막 칸까지도 다 볼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승객이 많이 붐비는 시간에도 바로 옆 칸의 승객 밀도를 쉽게 알 수가 있어 자연스럽게 전체 칸의 승객 밀도가 조절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1~2호선의 경우는 탑승하기 전 플랫폼에서 역사로 접어드는 차량을 보며 이 칸 저 칸의 밀도를 잠시 볼 수 있지만 일단 한 번 타고 나면 자기 칸이 비좁다고 느껴져도 다른 칸 사정을 알 수가 없고 또한 알게 되더라도 두 개의 출입문을 열고 닫으며 다음 칸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아 3호선 보다 이용이 불편한 편이다. 어떻게 하면 승객을 더 편하게 모실 수 있을까? 승객에 대한 이런 배려가 없었더라면 `계속해서 출입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점은 1~2호선에는 좌석 위에 짐을 올려둘 수 있는 선반이 있는데 3호선에는 노약자석 위에만 선반이 있고 일반좌석 위에는 선반이 없다. 왜 선반을 없앤 것일까? 출근 시간대에 1~2호선 선반 위를 보면 각 종 무료 배포 신문으로 지저분한 편인데 3호선에는 신문을 버려두고 내릴 곳이 없어 차안이 깨끗한 편이다. 누구를 위한 배려일까?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조금 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들만을 위한 배려일까? 좀 더 생각해 보니 승객을 위한 배려일 것 같기도 하다. 선반 위에 올려둔 짐을 깜박 잊고 내리는 승객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이런 작은 문제도 처음 시도한 분은 이 쪽 저 쪽 여러 곳의 입장에 대한 배려로부터 선반 제거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을 것 같다. `배려` 발견이나 발명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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