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2 최영도  (Homepage) 2010-12-06(월) 21:28:00, 3912

퇴근 길, 아파트 1층 현관을 들어서려는데 최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돌아보니 경비실 어르신께서 손에 뭘 들고 다급하게 따라오시면서 저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최선생님, 낮에 제자라는 분이 찾아오셔서 이걸 맡겨두었습니다. 집에와서 뜯어 보니 우리 교육사랑 자유게시판 1440번 게시물에 `김장...`이라는 글을 올려 주신 최현아님께서 보내주신 김장 김치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고마운 맘에 `맛있게 먹어야지` 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사진을 찍어려고 자세히 쳐다보자 고마움 이상의 감동이 느껴졌다. 옛날 김장철이면 몇몇 집 아주머님들께서 김장하는 집에 함께 모여 김장을 같이 치대고 김장이 끝나면 이웃 집들에게 한 포기씩 전해주라는 심부를을 시키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께서 마지막 십여 쪽은 우리 먹을 김치보다 더 많은 양념을 치대고 깨소금까지 듬뿍쳐서 갖다드리고 오라던 김장 하던 날 김치 심부름. 어떨 때는 이웃 집 아저씨들까지 한자리 모여 앉아 갓 치댄 김장 김치와 콩 비지와 두부 안주로 막걸리를 나누던 기억이 새로워 얼른 막걸리 한 병도 사왔다. 그런데 그런 옛 기억도 소중했지만 그것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김치를 담아온 박스에 같이 보내온 무우였다. 김장 김치 한 포기씩 나누던 그 심정이었을 텐데 그릇에 한 포기만 담아 전하기에는 우리 집이 너무 먼 거리에 있다. 그러면 그냥 마음만 전하고 김치는 전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멀리 떨어져 사는 선생님 댁까지 김치를 전하려고 아이스박스를 구해 김치를 담아보니 한 포기로는 박스가 너무 크다. 세 포기나 담고 깍두기 김치까지 담았는데도 빈 곳이 너무 허전해 보인다. 남은 무우까지 채워 보내준 현아님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동적이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엄습해온다.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는 옛 선생을 위해 현아는 무언 가를 빈틈없이 체워주려고 무우까지 넣어서 전해 주었는데 나는 매달 봉급이란 보상까지 받으면서 우리 애들을 위해 무엇을 채워주고 있는가? 그 애들의 마음 구석 구석 빈 공간을 채워주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해봤으며 어떤 고민을 해봤던가? 무까지 채워서 값없이 보내온 현아의 그 마음! 진정한 배려란 이런 게 아닐까?

이숙진		식탁위에 차려진 김치를 보는 순간, 침이 꿀꺽하면서 '아, 오늘은 김치만으로도 맛있고 행복한 밥상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예감 100% 적중! 정말 맜있게 밥 한 그릇 뚝딱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아님과 어머님이 정성이 듬뿍 들어간 김치에 베푸는 정까지 느껴져 가슴 뭉클한 김치 맛이었습니다.	2010-12-07 09: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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