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트와 증기기관에 얽힌 신화 송성수  (Homepage) 2008-08-09(토) 12:19:19, 4720

우리는 흔히 와트(James Watt, 1736～1819)가 증기기관을 처음으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와트 이전에도 증기기관은 있었다. 와트의 업적은 기존의 증기기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그 용도를 확대한 데 있다. 와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와트가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것을 지켜보면서 증기기관의 원리를 생각해 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와트의 증기기관은 과학지식이 기술개발에 응용된 모범적인 사례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에는 맞는 부분보다 잘못된 것이 더 많다. 와트의 증기기관은 블랙의 잠열(latent heat) 이론과 같은 과학지식을 응용함으로써 탄생했던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와트의 발명 과정을 엄밀히 검토한 과학사 연구 결과는,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이후에 자신의 발명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잠열 이론을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와트는 뉴코멘 기관(1712년에 Thomas Newcomen이 개발한 증기기관)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후에 블랙과 대화를 나누었고, 이를 통해 소량의 증기만이 물을 끓이는 데 사용되는 것은 증기의 잠열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증기기관이 블랙의 잠열이론에 의거해서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와트는 자신의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후에 자신의 발명을 과학적 지식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와트가 자신의 증기기관을 발명하는 데에는 뉴코멘 기관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일반화하여 모델을 만들어 실험을 하는 과학적 방법이 큰 역할을 했으며, 이는 과학자들의 연구방법과 거의 동일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신화는 와트가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것을 보고 증기기관을 구상했다는 이야기이다. 우선, 이것은 반대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그럴듯하다. 주전자 물이 끓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기 때문에 이것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오히려, 와트가 증기기관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주전자의 물이 끓는 현상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뉴턴의 사과 이야기와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흥미롭게도 뉴코멘의 경우에도 주전자에서 물이 끓은 것을 유심히 관찰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대부분의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기술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출현한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할 수 있었던 것도 뉴코멘 기관이라는 이전의 기술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또한, 하나의 기술이 세상에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후속 작업이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곧바로 위대한 발명품으로 이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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