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백과] 조면기 - 플랜테이션 경제의 주역 송성수  (Homepage) 2015-07-15(수) 14:46:22, 11573

(휘트니의 조면기로 작업하는 광경)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717990&cid=55589&categoryId=55589 [조면기] 플랜테이션 경제의 주역 18세기 후반에는 우수한 성능의 방적기와 방직기가 확산되면서 면공업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한 영역의 발전은 다른 영역에서 문제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면공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원재료가 되는 목화의 공급에 병목 현상이 빚어졌던 것이다. 목화의 주 공급처는 미국 남부지방이었는데, 당시로서는 목화씨에서 면섬유를 분리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는 미국의 기술자인 일라이 휘트니(Eli Whitney, 1765～1825)가 1783년에 조면기(cotton gin)를 발명함으로써 돌파되기 시작했다. 조면기는 면의 엔진(cotton engine)을 뜻하는 말이다. 배에서 맺은 인연 휘트니는 1765년에 태어나 1792년에 예일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기계와 기술에 대한 최신 지식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휘트니는 조지아 주의 부유한 집안에서 가정교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휘트니는 변호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지만,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아 가정교사 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즐겼으며, 여가 시간을 활용해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그림 1> 일라이 휘트니의 초상화로 1822년에 새뮤얼 모스가 그렸다. 그러나 휘트니의 인생 경로는 조지아로 가기 위한 배를 타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조지아로 가던 중에 두 명의 선객과 친분을 맺게 되었다. 캐서린(Catherine Littlefield Green)와 밀러(Phineas Miller)였다. 캐서린은 미국 독립전쟁 때 이름을 날렸던 그린(Nathaniel Green) 장군의 미망인으로 대규모 목화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고, 밀러는 그 농장의 관리인이었다. 휘트니는 목적지로 가기 전에 얼마동안 캐서린의 농장에 머물렀다. 농장에 머무는 동안 휘트니는 점점 캐서린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캐서린은 휘트니에게 목화 농장의 일을 도와달라고 간청했고, 휘트니는 그녀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당시에 캐서린의 농장에서는 짧은 섬유를 가진 내륙 목화(inland cotton)가 재배되고 있었다. 그 목화는 조지아에서도 잘 자랐지만 씨에서 섬유를 분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캐서린은 조그만 작업실을 제공하면서 휘트니에게 기계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휘트니는 약 10일 동안의 작업 끝에 간단한 기계의 모형을 만들었다. 갈퀴를 이용해 목화를 긁어내는 기계였다. 그 기계에는 ‘조면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면기가 발명되기까지 조면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동물의 행동에 대한 관찰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닭을 잡기 위해 철 울타리 너머로 발톱을 뻗은 고양이를 보고 휘트니가 조면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닭은 잽싸게 도망을 치고 말았고, 고양이의 발톱에는 털만 가득 끼게 되었던 것이다. 고양이 이외에 소가 거론되기도 한다. 소가 억센 혀로 옥수숫대를 핥는 모습을 보고 휘트니가 힌트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휘트니의 발명을 추적한 연구들은 그가 미국의 남부지방을 방문했을 때 이미 원시적 형태의 조면기가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인도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된 ‘샤카(charka)’라는 기계로 두 개의 기다란 목제 원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샤카는 18세기에 디드로(Denis Diderot)가 주동이 된 ≪백과전서(Encyclopedie)≫에 수록되기도 했으며, 휘트니가 방문했던 미국 남부의 목화재배 지역에도 전파되어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휘트니는 조면기를 완전히 새롭게 발명한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조면기를 개량한 사람이 된다. ☞ <그림 2> 조면기의 조상이 되는 인도의 샤카 휘트니는 계속되는 실험을 통해 1793년에 조면기를 완성했다. 휘트니가 만든 조면기는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면기의 아래 면에는 목화씨가 빠져나갈 수 없는 크기의 구멍들이 있는데, 거기에 목화씨를 넣는다. 그리고 가느다란 철체 갈퀴가 솟아 있는 원통을 회전시켜 섬유를 구멍들을 통해 빼낸다. 그 후에 섬유가 엉키지 않도록 원통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면서 솔로 섬유를 쓸어낸다. 앞서 언급했듯이, 휘트니의 발명 이전에도 몇몇 지역에서는 목화씨를 분리하는 기계가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휘트니의 조면기는 짧은 섬유를 가진 목화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고, 씨에서 분리된 섬유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마틸다 효과 캐서린도 조면기를 발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캐서린은 조면기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휘트니가 실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으며, 휘트니가 좌절했을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더 나아가 캐서린이 조면기에 목재 롤러 대신에 철제 갈퀴를 사용할 것을 충고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휘트니는 1794년에 조면기로 특허를 받을 때 캐서린의 이름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고상한 숙녀에게는 특허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 <그림 3> 휘트니의 조면기에 대한 특허(1874년) 이와 같은 캐서린의 사례는 ‘마틸다 효과(Matilda effect)’로 불린다. 그것은 19세기의 작가 겸 편집자 마틸다 게이지(Matilda Gage)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그녀는 여성 참정권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미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성경 비평가로, 1882년에 발간된 ≪발명가로서의 여성(Woman as Inventor)≫에서 조면기를 발명한 사람이 휘트니가 아니라 캐서린이라고 주장했다. 이후에 마틸다 효과는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여성이 당대에 무시되거나 인정받지 못함으로 해서 결과적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버리는 경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조면기의 보급과 영향 휘트니는 조면기를 발명한 직후에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휘트니는 자신의 조면기를 활용하면 “기존의 어떤 방식보다 훨씬 깔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으며, 통상적인 방식보다 10배나 많은 면화를 손질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어떤 계층의 사람들에게서도 일자리를 빼앗지 않으면서 소요되는 노동을 5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요.” 휘트니가 조면기를 발명한지 1년 만에 미국의 면 수확량은 50만 파운드에서 80만 파운드로 증가했다. 이어 1800년에는 350만 파운드, 1810년에는 9,300만 파운드, 1825년에는 2억 2,500만 파운드를 기록했다. 조면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미국의 면 수확량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던 것이다. 조면기는 목화씨에서 면 섬유를 분리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도 절감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노예 1명이 1파운드의 섬유를 분리하는 데 10시간이 걸렸던 반면, 이제는 2～3명의 노예가 한 팀이 되어 하루에 50파운드의 섬유를 생산할 수 있었다. ☞ <그림 4> 휘트니의 조면기로 작업하는 광경. 1869년 ≪하퍼스 매거진(Harper’s Magazine)≫에 실렸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력 절감 효과에 비해 면 생산량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노예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미국 남부지방의 노예 수는 1790년에 약 70만 명이었지만, 조면기가 발명된 이후에 급속히 증가하여 1850년에는 320만 명을 기록했다. 미국의 남부지방은 면 생산량과 노예 수의 증가를 배경으로 본격적인 플랜테이션 경제(plantation economy)를 구축할 수 있었다. 면은 미국의 최고 수출품이 되어 세계 각국으로 팔려 나갔다. 1820～1860년에 면은 미국 수출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1860년에는 영국 시장에 필요한 면의 약 80%를 미국 남부가 제공했다. 이런 면에서 휘트니의 조면기는 남북전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조면기 사업에 실패한 휘트니 조면기는 미국 경제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휘트니에게는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상 조면기는 매우 간단한 기계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었다. 휘트니가 조면기로 특허를 받을 당시에 이미 수백 개의 복제품이 만들어져 여러 농장에서 사용되고 있었을 정도였다. 미국에서는 1790년에 최초의 특허법이 제정되었지만, 조지아의 농장에까지 특허법이 실제적인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휘트니는 1794년에 밀러와 함께 5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하여 코네티컷에 조면기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그들이 조면기를 생산하는 데에는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다. 밀러는 추가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고, 휘트니는 친구들과 친지들로부터 돈을 빌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795년에는 코네티컷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고 말았다. 휘트니는 공장을 복구하여 조면기 생산에 다시 도전했다. 그러나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많은 조면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사업도 잘 되지 않았다. 특허 위반자와의 소송에도 많은 돈을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휘트니의 공장은 1797년에 문을 닫고 말았다. 1807년에는 특허 연장 신청을 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 <그림 5> 코네티컷 주 헴덴에 있는 일라이 휘트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조면기   휘트니의 역설 빚더미에 놓인 휘트니에게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1798년에 휘트니는 대담하게도 당시 재무부 장관이던 올컷에게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소총을 매우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미 의회는 소총 생산을 위해 80만 달러를 배정했고, 휘트니는 1만 정의 머스킷 총을 미 육군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원래 계약 기간은 1801년까지였지만, 휘트니는 1809년에야 1만 정의 납품을 완료할 수 있었다. 당시 휘트니는 교환 가능한 부품(interchangable parts)을 활용하여 소총을 균일하고 정확하게 생산하고자 했다. 부품의 호환성에 입각한 무기생산은 노동력이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부족한 미국에게 매우 적합한 것이었다. 1854년에 영국 의회의 조사위원회는 휘트니가 무기를 생산한 방식에 주목하면서 이를 ‘미국식 생산체계(American System of Manufacture)’로 불렀다. 미국식 생산체계는 무기에서 시작된 후 시계, 재봉틀, 타자기, 자전거, 자동차 등과 같은 금속가공산업에 적용되면서 더욱 정교화되었다. 휘트니의 인생에는 두 가지의 역설이 섞여 있다. 첫 번째는 한 분야에서 실패했던 것이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밑바탕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즉 휘트니는 조면기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소총에 눈을 돌렸던 것이다. 두 번째는 휘트니가 발명한 두 가지 기술이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조면기는 면화의 생산량과 노예의 수를 증가시켜 남부경제가 번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반해 소총은 노예제도를 철폐한다는 명목으로 전개된 남북전쟁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자신의 발명품과 무관하게 휘트니는 노예제도를 신랄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참고문헌> 로저 벌링게임(홍영백 옮김), 󰡔미국문명과 기계󰡕 (전파과학사, 1975). 조지 바살라(김동광 옮김), 󰡔기술의 진화󰡕 (까치, 1996). 에슬리 베어, 그레그 파섹(장석영 옮김), 󰡔브래지어에서 원자폭탄까지: 잊혀진 여성들의 잊을 수 없는 아이디어󰡕 (현실과 미래사, 2002). 루스 슈워츠 코완(김명진 옮김), 󰡔미국 기술의 사회사󰡕 (궁리, 2012). 송성수, 󰡔사람의 역사, 기술의 역사󰡕 (부산대학교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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