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와 <두 가지 주된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 송성수  (Homepage) 2015-05-21(목) 10:44:44, 7661

갈릴레오의 주저인 <두 가지 주된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줄여서 <대화>라고도 합니다)를 간단히 해설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송성수, <한 권으로 보는 인물과학사>, 북스힐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는 16～17세기 과학혁명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천문학과 역학의 변혁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에는 성(姓)보다는 이름이 중시되었으므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줄일 때에는 ‘갈릴레오’라고 하는 것이 적합하다. 갈릴레오는 1564년에 이탈리아의 피사에서 태어났다. 1581년에 피사 대학의 의학부에 입학했지만, 주로 수학과 과학에 열중했다. 대학 시절에 진자의 주기가 진폭과는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89년에 피사 대학에서 수학을 담당하는 교수가 된 후 낙하운동에 대한 법칙을 정립했다.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서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는 이론적 추상화의 과정을 통해 낙하 법칙을 알아냈다. 갈릴레오는 1591년에 파도바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 천문학을 공부하면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지동설)에 공감하게 되었다. 갈릴레오는 손수 망원경을 제작하여 1610년에 하늘을 관측했으며 그 결과를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로 출간했다.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코페르니쿠스 우주론이 적합하다는 점을 선전하여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통해 본 하늘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우선 그는 별들의 크기가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별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무한우주’의 관념을 뒷받침했다. 또한 그는 달의 표면이 거의 지구의 표면과 같이 울퉁불퉁한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달이 천상계와 지상계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는 이전의 생각과 대비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태양에도 흑점이 있으며 그것이 불규칙하게 운동한다는 관측은 천상계가 완전하고 불변하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목성에도 네 개의 위성이 있다는 그의 관측은 행성인 지구가 달을 가진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을 쉽게 받아들이게 했다. 코페르니쿠스 우주론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금성의 모양에 대한 관찰로서 지구에서 보이는 금성의 모양은 초승달, 반달, 보름달 모양이 모두 가능하고 보름달 모양의 경우에 금성의 크기가 가장 작으며 반대의 경우가 가장 컸다. 갈릴레오의 주장은 가톨릭교회 당국에 큰 불안을 안겨 주었다. 그동안 받아들여져 오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천동설)이 깨지면 그것에 바탕을 둔 기독교의 교리도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이유에서 내려진 것이 1616년의 금지령이었다. 그 내용은 “코페르니쿠스 우주론은 가톨릭 교리는 물론 참된 철학에도 위배되며 따라서 가톨릭교도는 코페르니쿠스 우주론을 옳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급기야 갈릴레오는 그해 3월에 코페르니쿠스의 견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글이나 말로 그것을 가르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그러던 중 1628년에는 유식하고 이해심이 많으며 과학에도 조예가 깊다는 평판을 받았던 우르바누스(Urbanus) 8세가 새로운 교황으로 즉위했다. 그는 한때 갈릴레오의 친구이기도 했다. 갈릴레오는 프톨레마이오스 우주론과 코페르니쿠스 우주론의 장단점을 공정하게 밝힐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곧 동상이몽(同床異夢)임이 밝혀졌다. 교황은 교회가 충분한 고찰을 한 후에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을 금지한 것임을 보이려고 했던 반면에 갈릴레오는 이번 기회를 통해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이 우수하다는 점을 알리려고 했던 것이다. 갈릴레오는 1632년에 <두 가지 주된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를 출판했다. 그 책은 세 사람이 4일 동안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주장을 대표하는 심플리치오(Simplicio),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을 대변하는 살비아티(Salviati), 그리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사그레도(Sagredo)가 그들이다. 살비아티의 명쾌하고 정연한 주장에 대하여 심플리치오는 어리석은 반박이나 억지 주장을 해 댄다. 살비아티의 주장에 사그레도가 가세하고 둘이 합세하여 심플리치오를 조롱하기도 하여 결국에는 심플리치오가 설득당하고 만다. 이러한 내용은 결국 독자들로 하여금 코페르니쿠스의 우주구조가 분명히 옳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구조는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었다. <두 가지 주된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는 과학 책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쓰였고, 갈릴레오의 문장력도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교회당국은 뒤늦게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들은 갈릴레오의 책이 다른 프로테스탄트들보다 가톨릭교회에 더욱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다. 교회당국을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그들이 그 책을 사전검열까지 했다는 사실과 심플리치오의 모델이 교황이라는 소문이었다. 결국 갈릴레오는 로마교황청에 소환되었다. 그때의 죄목은 “1616년에 교회에 행한 서약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정식 심문은 1633년 4월에 있었는데, 단 한 번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도 자신만만했던 갈릴레오가 고문의 위협에 소신을 굽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이 가진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이 책을 쓴 의도였다고 하면서 이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한 장(章)을 더 쓰게 해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갈릴레오가 법정을 나서며 “그래도 지구는 움직인다.”라고 중얼거렸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말은 갈릴레오의 묘비명에 새겨져 있는데, 아마도 훗날 누군가가 지어낸 것으로 보인다. 코페르니쿠스가 제창한 태양중심설은 케플러와 갈릴레오를 거치면서 널리 확산될 수 있었다. 케플러는 행성의 운동에 관한 법칙을 정립했으며, 이를 매개로 태양중심설에 동조하는 학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통해 태양중심설의 증거를 찾아내고 <두 가지 주된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를 발간함으로써 일반인들이 태양중심설을 받아들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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