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와 구두닦이 소년 손한균  (Homepage) 2006-09-20(수) 10:31:41, 10999

지난 88년과 89년의 주가폭등 시절에는 거액의 투자가들 뿐만 아니라 시골의 농부들도 논밭,소를 팔아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말 그대로 열기가 "후끈"달아올랐다.그러다 마침내 주가가 대폭락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미국에도 우리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유명한 일화 한토막. 1928년 어느날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가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구두닦이 소년을 찾았다.그런데 그 소년이 구두를 닦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저씨 구두를 보니 돈 많으시겠어요.아저씨는 주식 많이 갖고 계세요? 저도 이번에 학비로 쓰기 위해 모은 돈으로 주식을 많이 사놓았어요.진작 사놓을 걸하고 후회가 돼요.저 앞 철강회사의 카네기씨는 주식이 엄청나게 많겠죠?" 앞의 신사가 카네기인 줄 모르는 소년은 연일 주가가 오르자 흥분하며 카네기를 부러워했다.실제로 카네기는 주식을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었다. 카네기는 그러나 사무실로 돌아와서 생각에 잠겼다.가난한 구두닦이 소년까지 주식을 최대한 사모았다는 건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뜻이 아닌가! 그는 당장 거래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증권사 임원들이 극구 만류했지만 카네기의 결심은 단호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자 치솟기만 하던 주가는 거래 없이 폭락하기 시작했다.당연히,살 사람은 거의 다 샀기 때문에 폭락하는 주가를 받쳐줄 추가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결국 주가대폭락은 미국발 경제대공황을 초래했고 적잖은 사람들이 파산하고 자살했다. 대형증권사의 사장도 투신자살 했는데,그가 자살한 곳은 아직도 미국의 월스트리트에 남아 과거의 상처에 대한 반추의 장소로 보존되고 있다. 한편 우리의 주가는 근 10년동안 내리막길을 달려 온 만큼 이제는 바닥을 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역설적이지만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비관론을 펼쳤기 때문이다.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그것이 "신도 모른다"는 주가다. 1998/11/24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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