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들의 편지가 나를 울게 하다. 송길원  (Homepage) 2018-01-12(금) 06:58:53, 8152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게 창조된 이유 우리의 두 눈이 볼 수 없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사람의 내면을 꿰뚫는다. 감정을 읽는다. 그 속에 담긴 분노와 두려움을 헤아린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얼굴은 보지 못한다. 왜 하나님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만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만드셨을까? 하나님은 타인이란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셨다. 관계적 존재로 지음 받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거울 중에서도 가장 성능 좋은 거울이 있다면 가족이라는 거울이다. 가족 앞에서 드러나지 않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민낯 그대로를 드러낸다. 그 거울을 자주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사고치지(?) 않고 품격 있게, 우아하게, 아름답게 살아낼 수 있다. 아내만이 아니다. 아이들조차도 목회자에게는 하늘 사자가 된다. 어느 날, 둘째 아이가 보내 온 편지다. “우선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네요. 지금 아빠가 느끼고 계실 배신감은 이런 말 한마디로 용서될만한 게 아닌 것 압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일 년 전, 제가 일 년 후에 졸업 할 수 있다고 말한 게 당시에는 직시하고 싶지 않았고 믿기 싫었던 공부를 못 한다는 사실이 판단력을 흐리게 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엄마랑 형이랑 통화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형은 어렸을 때부터 아빠랑 엄마랑 맞서가면서 자기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서 그리고 자신에 대한 당당함이 있었지만 전 안 그랬어요. 물론 형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전 항상 형과 싸우고 힘들어하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항상 엄마 아빠 앞에서는 착한 OO이로 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왔어요. 아빠 엄마의 사랑을 더 받고 싶어서가 아니고 형보다 나를 더 사랑했으면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빠 엄마가 나 때문에 힘들어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었어요. 제 자신에게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가면을 써 가면서 거짓말을 시켰어요.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는 아빠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착한 OO이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아빠 엄마 앞에서는 그런 착한 OO이가 되려고 제 자신을 속이고 가족을 속였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내 진짜 모습과 아빠 엄마에게 보여주는 내가 너무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계속해서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내가 아빠 엄마한테 보여주는 내가 싸우고 과연 진짜 내가 누구인지 헷갈리기도 했고요. 물론 아빠 엄마가 저에게 강요한건 없었지요. 그래도 전 많은 기대와 부담을 느꼈어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내가 내 진짜 모습을 보이면 남들이 얼마나 욕을 할까. 나한테 하는 욕은 괜찮은데 아빠한테도 분명히 욕을 할 텐데. 아빠 엄마 앞에서 보여준 나는 착하고 평화롭고 한 애가 아니라 내면과 전쟁을 하고 있는 폭발하기 직전의 애였어요. 그렇게 제 자신을 속이면서 살았으니 아빠 엄마한테 당당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문제점들을 품고 살면서도 이런 얘기는 한 번도 안 꺼낸 제 잘못이 큽니다. 전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아빠 엄마를 위해서 살아왔어요. 제가 아빠가 하신 말씀들을 왜 잘 따르고 거역하지 않았냐면 이것 때문이에요. 전 제 자신을 위해서 살아 본적이 없어요. 공부도 마찬가지였어요. 일 년 전에 졸업장을 따기로 했으니 아빠 엄마를 위해서 내가 졸업장을 따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정작 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생각 해본적도 없고 내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해 본적도 없어요. 단지 아빠 엄마를 위해서 죽어라 공부를 했지만 또 실패하고 또 거짓말만 했어요. 제 자신에게 당당하지 않으니 아빠 엄마한테도 당당하지 못 했어요. 제가 자신에게 당당해야 가족들에게 당당하고 나아가서 하나님 앞에서 당당한 건데 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어요. 그래서 단계단계 밟아가면서 제 인생을 고치고 싶어요. 첫 번째는 아빠의 용서를 구하는 거예요. 형이 저한테 말한 건데 단계단계 밟아 가다보면 무엇을 할지 불확실해도 전 단계를 끝내 놓으면 다음 단계가 보인다고요. 제 첫 번째 단계가 아빠한테 용서를 받는 거예요. 아빠가 절 얼마나 혼내든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상처 받은 아빠 엄마 형에게 정말 염치없지만 죄송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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