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치유-행복의 세상 송길원  (Homepage) 2017-04-04(화) 05:57:05, 6300

저의 오래된 취미 가운데 하나가 간판 찍기입니다. 간판 속에 온갖 철학과 의미가 담겨 있어서입니다. 그 짧은 글에 언어의 향연이 있습니다. 때로는 탄성을 지르게 만들고 때로는 웃게도 만듭니다. 조어력에 경탄하기도 합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아우 이영렬이 입원해 있는 고대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고 또 한 번 아하! 하고 소리질렀습니다. 내가 누구입네 하고 내걸린 이름표, 거기에 공감-치유-행복... 하이패밀리의 키워드가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원도 변하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3분 진료에 병의 상태를 고지하는 단순무식(?)의 소통에서 ‘공감’을 이야기하고 있음이 놀라웠습니다. 의사의 무표정한 표정과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언어가 떠올랐습니다. 국가고시에 찌들렸던 그들도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을까요? 꼭 그러기를 바랐습니다. 아니 환자를 치료하는 그들이 공감능력장애자가 아니길 손 모아 빌었습니다. ‘cure’와 ‘care’는 엄연히 다른 의미입니다. 그런데 병원은 ‘치료’가 아닌 ‘치유’의 단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기계적 치료를 넘어서 환자의 마음까지 보듬으려는 정이 묻어난 단어의 선택이었습니다. 또 있었습니다. ‘행복’ 너무 보편적인 단어가 된듯하지만 상투적으로 쓰는 ‘건강’보다 더 가치 있게 보였습니다. 삶의 질을 높여주겠다는 의지로 읽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재수술로 입원해 걱정을 하고 들어섰는데.... 이런 병원에 맡겨졌으니 걱정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은 쾌적했고 환자는 즐거웠습니다. 하이패밀리가 지향하는 공감-치유-행복의 세상이 더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늦은 밤, 조명등에서 반사된 불빛으로 글자가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고 하자 다음 날 휠체어를 타고 사진을 찍어 보낸 아우의 쾌유를 함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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