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던컨이 남긴 체데카 송길원  (Homepage) 2015-05-31(일) 08:41:49, 3717

유대인들에게는 <체데카>통이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자선은 체데카(tsedaqah)로 ‘정의’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베푼다’는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쓰여지는 영어 ‘charity’와 사뭇 차이가 있습니다. 유태인들에게 자선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정의로운 일인 셈입니다. 그들은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선을 행할 줄 모른다면 세상을 잘못 살고 있다고 여깁니다. 자선을 넘어선 공의의 삶, 며칠 전 조선일보의 윤희영기자가 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미국 앨라배마주(州)에 사는 조사이어 던컨은 다섯 살밖에 안 된 철부지 어린아이다. 앳된 얼굴의 던컨은 얼마 전 엄마와 함께 동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창 호기심 많은 나이여서 엄마에게 이런 저런 질문들을 퍼붓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밖에 서 있는 꾀죄죄한 모습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허기에 지친 듯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엄마로부터 노숙자라는 대답을 들었다. '노숙자'라는 단어를 모르는 던컨에게 "집도, 가족도, 의지할 친구도 없는 사람이고, 먹을 것을 찾아 길거리를 떠돈다"고 말해줬다. 그러자 던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 노숙자에게 식사를 사주자고 엄마에게 간청하는 것이었다. 어린 아들이 기특하다고 여긴 엄마는 그를 안으로 들어오게 해 다른 테이블에 앉힌 후 무엇이든 먹고 싶은 것을 시키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 종업원도 그의 시중을 들려 하지 않았다. 아무도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던컨이 벌떡 일어서더니 직접 나섰다. 그에게로 가서 메뉴를 갖다줄까 물었다. 먹고 싶은 걸로 주문하라고 했지만, 그냥 치즈버거 하나면 족하다고 했다. 엄마가 가서 더 좋은 걸로 시키라고 했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베이컨도 좀 먹어도 될까요?" 얼마 후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노숙자가 한 입 베어 물어 먹기 직전, 던컨이 다시 그 테이블로 뛰어갔다. 그 아저씨에게 식전 기도를 함께 올리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곤 그 작은 목소리로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감사의 기도 노래까지 불렀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희에게 많은 축복을, 축복을… 아멘." 레스토랑에는 11명의 손님이 더 있었다. 남루한 차림을 한 노숙자가 들어올 때부터 힐끔 힐끔 쳐다보던 손님들은 그제야 전후 사정을 알아차렸다. 던컨의 기도와 노래에 노숙자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와 11명의 다른 손님들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던컨의 저 모습은 부모로서 평생 가장 큰 성취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대견해했다. 노숙자는 식사를 마친 후 감사의 표시를 하고 어디론가 떠났다. 그는 배를 채우고 떠났고, 던컨의 엄마와 손님들은 축복으로 채워진 가슴을 안고 레스토랑 문을 나섰다.” ‘체데카’라는 용어가 성경에서 ‘의’(righteousness)와 ‘구원’(salvation)의 동의어로 나타나는 의미를 조금은 알 듯 하지 않나요? 가슴 따뜻한 아침입니다. ☞ 조선일보 윤희영 기자의 `다섯 살 꼬마의 기특한 선행` 기사 직접 보기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12달러의 행복
다음글 :	82세 노인네의 어느 날 일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