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누라 - 이런 생각11 김영국  (Homepage) 2023-11-12(일) 06:57:37, 66043

왜 우리는 내 남편, 내 마누라를 우리 남편, 우리 마누라라고 할까. 이에 대한 몇 가지 가설이  있었으나 호응받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자칭 섹스계의 대가,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의 동물의 짝짓기에 대한 강의를 듣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꽤나 망측한 가설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와 보노보다. 이들의 짝짓기를 관찰한바 암컷은 무리의 모든 수컷과 짝짓기를 했다. 일반적으로 수컷의 짝짓기 목적은 번식에 있고 암컷은 양육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암컷 침팬지가 집단의 모든 수컷과 고루고루 짝짓기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동물학자들은 이 또한 양육과 관련 있음을 밝혀냈다. 암컷이 출산하여 새끼를 양육하는 동안 짝짓기를 기피하므로, 영장류의 수컷들은 짝짓기의 장애물인 새끼를 죽여버리는 영아살해가 많았다. 그러나 그 암컷과 짝짓기를 한 수컷은 그 새끼가 자기 새끼일 수도 있다고 믿어 죽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새끼나 어미가 공격을 받을 때는 집단의 모든 수컷이 목숨을 걸고 그 새끼와 어미를 보호해준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따구리의 짝짓기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 조류의 90%는 일부일처제인데 딱따구리 암컷은 그 집단의 수컷에게 짝짓기를 허했다. 그 이유도 역시 안전한 양육에 있었다. 그 암컷이 알을 품거나 새끼를 양육할 때 천적의 공격을 받으면 암컷과 짝짓기를 한 모든 수컷이 힘을 모아 천적을 격퇴하였다. 반대로 정조를 지켜 다른 수컷에 곁을 주지 않은 암컷이 위기 상황에 놓이더라도 다른 수컷들은 수수방관하더라는 것이다. 모든 호모 사피엔스가 그러했듯 우리 조상들도 집단생활을 오랜 동안 했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 조상들도 저 영장류나 딱따구리와 같은 성생활을 하며 개인과 집단의 생존을 도모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런 사회에서라면 마누라는 당연히 우리의 마누라고, 남편 역시 우리의 남편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집단의 모든 아이는 우리 아들, 우리 딸이었을 것이다. 참으로 넉넉하고 정다운 세상이었을 것 같다. 내 배우자 지키려고 눈에 불을 켜지 않았을 것이고, 내 새끼만 어째 보겠다고 아웅다웅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세상을 끝장낸 것은 일부일처제란 폭탄이었다. 일부일처제가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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