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열쇠 13 - Helper's high 김영국  (Homepage) 2023-10-27(금) 06:40:38, 63828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라.  -플라톤 저승의 면접관 앞에서 쪽팔릴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냐마는 그 가운데 하나가 봉사 실적이다. 아무리 살펴봐도 “이거요.” 하고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큰돈을 기부한 적도 없고, 땀 흘려 봉사한 적도 없다.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았고, 수술할 땐 많은 양의 피를 수혈 받았을 터인데, 나는 헌혈 한 번 한 적이 없다. 나를 비롯한 온 가족이 장기기증서약을 했지만 나는 이미 연한을 넘겨버렸다. 다음 생을 기약할 수밖에. 남을 도울 때 느낀다는 헬퍼스 하이도 나는 모르고 살았다. 미안한 인생이다.   ‘헬퍼스 하이’는 정신의학 용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 이상으로 행복해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가 <선행의 치유>(2001)에서 처음 사용했다. 실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을 도우면서 혹은 돕고 나서, 신체적 정서적으로 포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몇 주간 지속되면서 행복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혈압과 콜레스트롤 수치는 낮아졌다. 이를 달리 ‘마더 데레사 효과’, ‘슈바이처 효과’라 이르기도 한다. 그 뒤 많은 실험을 통해 헬퍼스 하이의 효과를 속속 증명하였다. 사회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던은 실험 참가자에게 20달러씩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에겐 그 돈을 자신을 위해서 쓰라고 하고, B그룹에겐 남을 위해서 쓰라고 했다. 그 결과 B그룹이 A그룹보다 행복도가 훨씬 더 높았다. 하버드 대학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A그룹에겐 대가가 주어지는 일을 시키고, B그룹에겐 대가가 없는 봉사활동을 시켰다. 실험 대상의 면역항체의 변화를 조사한바 B그룹이 월등히 높아진 결과가 나왔다. ‘도움 치료’는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자신이 치유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당신의 슬픔이나 노여움을 치유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슬픔이나 노여움을 치유하도록 노력하라.’고 권한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체계화한 ‘자조自助모임 self-help group'이 이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중독, 우울증, 암 환자, 자살 유가족 등이 온.오프라인에서 모여 서로를 위로함으로써 서로 치유받고 있다. 도움 치료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어도 효과는 있다. 반려 동물, 반려 식물, 농작물을 돌보는 것에서도 헬퍼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다. 배우 오드리 햅번은 은퇴 후에 후진국 아이들의 구호활동에 매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햅번은, 세기의 연인으로 인기를 누릴 때보다 구호활동을 할 때가 더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그녀는 두 아들에게 말했다. “나이가 들면 왜 손이 두 개인지 알게 될 거야. 한 손은 자신을, 나머지 한 손은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서지.” 봉사의 진정한 기쁨 곧 헬퍼스 하이를 경험한 사람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거울 신경mirror neuron’이 있어 주위 사람의 감정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실험에 따르면 하품까지 따라 하고, 눈물도 같이 흘린다. 가족이나 친구가 행복하면 일정한 수준까지 자신도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남의 행복이 나로 인한 것일 때 그것을 바라보는 내 행복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었다. 친구를 맛집에 데려갔을 때, 새로 알게 된 산행 코스로 안내했을 때 친구가 감탄하며 기뻐하면 그것을 보는 내 기쁨이 두 배로 커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그것도 헬퍼스 하이의 작용이다. 나는 늘그막에 ‘친절’을 장착하고 다닌다. 누구를 대하든 무슨 일을 하든 친절하자고 마음먹고 있다.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서빙을 할 때마다 감사 표시를 한다. 계산을 할 때도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한다. 시장에서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한 번은 한 할머니가 “물건을 사줘서 내가 고맙지, 왜 아저씨가 고마우냐?”고 웃었다. 마트 계산원 아줌마는 나를 보면 먼저 알은 체를 한다. 나의 친절로 누구 한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도 남을 돕는 일이 아니겠는가.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하고 나면 내릴 때 먼저 인사를 한다. 그리고 다음번에 만나면 으레 먼저 인사를 한다. 나의 작은 친절이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생각하니, 미미하나마 헬퍼스 하이를 느낀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우리' 마누라 - 이런 생각11
다음글 :	행복의 열쇠12 - 행복 코스프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