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 동사의 궁합 김영국  (Homepage) 2021-06-25(금) 20:08:20, 17164

어떤 부사는 반드시 특정 단어나 어미를 요구하며 까탈을 부린다. 이를테면 ‘만약’ ‘비록’ ‘설령’ 따위는 ‘~면’ ‘~더라도’ ‘~ㄹ지라도’ 등의 가정의 어미가 호응해주지 않으면 비문이 돼버린다. 또 ‘여간’ ‘결코’ 따위는 뒤에 부정의 말을 수반한다. ‘반드시’는 당위의 말을 요구하는데 ‘절대로’는 부정 당위의 말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물며’ 등의 부사를 문두에 써놓고는 서술어의 어미 처리를 못해 어색한 문장이 되고 말 때가 있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도 학생들이 많이 틀리는 부분이다. 특히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주어와 서술어가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급적 짧게 쓰라고 지도했다. 그런데 까탈을 부리는 단어가 부사뿐이 아니었다. 촛불 사태 때 내가 놀란 것 가운데 하나가 ‘탄핵(안)과 ‘인용하다’의 호응이었다. 나는 그냥 ‘가결하다’ 정도의 동사를 예상했었다. 그때부터 명사와 동사를 유심히 살폈더니 궁합관계에 있는 동사와 명사가 많이 있었다. 오히려 부사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그걸 의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국어시간에 다루지 않았을까. 모국어이기 때문에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국어생활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여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마치 우리가 독일어를 배울 때 명사에 성(남 여 중성)이 있다는 것이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토박이인 나도 헷갈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령 피아노는 치는데 풍금도 친다고 해야 하나. 기타는 치는데 바이올린 첼로는 치는 건가, 켜는 건가. 그럼 가야금은? 거문고는? 옛날엔 머리를 깎았는데 지금은 깎는다고 해야 하나, 자른다고 해야 하나? 코는 풀고, 침은 뱉고, 눈물은 흘린다. 무릎은 꿇고, 팔은 굽히고, 주먹은 쥐고, 손가락은 오므린다. 눈은 감고, 귀와 코는 막고, 입은 다문다.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에게 미안할 정도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명사와 동사의 궁합, 호응관계를 누가 한번 정리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제법 재미있는 공부가 될 것 같다. 그 동안 내 나름으로 찾아낸 특수한 호응관계에 있는 명사와 동사의 예를 두서없이 나열해본다. 밥: 하다 짓다 앉히다 푸다 죽: 쑤다 끓이다 푸다 국: 끓이다 뜨다 나물: 무치다 데치다 캐다 뜯다 눈 비: 오다 내리다 우박: 떨어지다 똥: 누다 싸다 오줌: 누다 싸다 지리다 소변 대변: 보다 설사: 하다 방귀: 뀌다 신경: 쓰다 끄다 애 마음: 쓰다 벌: 서다 세우다 꾸지람(꾸중): 하다. 듣다. 야단: 맞다 치다 상: 주다 수여하다   받다 타다 자동차: 사다 구입하다 뽑다 빼다           운행하다 끌고 오다 갖고 오다 (한) 턱 저녁 점심: 내다 쏘다 (한) 곡 노래: 부르다 뽑다 하다 은혜: 입다 덕: 보다 행운: 만나다 불운: 당하다 결정 결단: 하다 내리다 고배: 들다 마시다 바람: 피우다 나다 기지개: 켜다 냄새: 나다 진동하다 맡다 주사: 맞다 놓다 뒤끝: 길다 없다 작렬하다 문제: 일으키다 야기하다 책임: 지다 맡다 수다: 떨다 장난: 하다 치다 옆길 곁길: 새다 빠지다 떼: 쓰다 때: 밀다 씻다 벗기다 진도: 나가다 빼다 들다: 철 정 단풍 물 눈(에) 마음(에) 나다: 소문 이름 바람 눈(에) 냄새 부리다: 심술 까탈 꾀 쓰다: 힘 용 마음 애 신경 타다: 추위 봄 썸 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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