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의 진실 김영국  (Homepage) 2021-04-28(수) 15:31:14, 16917

#1. 두 병사가 벤치를 지키는 이유 신임 대대장이 관내를 순시했다. 중대장을 비롯한 대대 참모가 바짝 긴장하며 뒤따랐다. 풀숲이 무성한 언덕 위에 두 병사가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얼른 보아도 경계를 설 만한 곳이 아니었다. “귀관은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네, 경계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경계하는가?” “네, 적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필승!” 2중대장이 자기 중대원이라고 은근히 뽐냈다. 순시가 끝나고 그 중대장을 불러, 왜 그 자리에 초병을 배치했는지 물었다. 중대장은 부임하기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부대의 가장 고참인 원사를 불러 물었으나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잠시 의문을 가졌던 대대장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그 일을 잊어버렸다. 나중에 밝혀진 진실은 이랬다. 이 부대가 창설된 직후 대대장은 병사들의 휴식 공간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중대장은 그 언덕에 벤치를 만들었다. 병사들은 그 벤치를 이용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후 연대장의 방문이 예고되었다. 대대적인 청소와 정비에 들어갔다. 대대장의 눈에 그 낡은 벤치가 들어왔다. 지적을 받은 중대장은 부랴부랴 도색을 했다. 도색이 마르기 전에 더럽혀질까를 걱정하여 2소대장에게 한 명의 경비병을 세워 벤치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중대장은 공문으로 정식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한 명의 병사가 벤치를 지키게 되었다. 그런데 경계병의 사고가 잇따르자 국방부에서 모든 경계는 반드시 2인 1조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렇게 하여 그 낡은 벤치를 두 사람의 병사가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2. 고양이를 올리브나무에 매어둔 이유 인도의 한 지역에는 기도 시간에는 반드시 고양이를 올리브나무에 매어두었다. 종교학자들은 이 관습에 대해 다각적으로 연구하였다. 기도 몇 시간 전에 묶어야 하는지, 끈의 길이는 몇 미터가 적당한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로 학위를 받기도 했다. 올리브나무가 아니라 물푸레나무에 매어야 한다는 새로운 학설이 나와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관습이 생겨난 것은 오래 전이었다. 고을에 기도를 집전할 사람이 없어 명망 높은 수도사를 초빙했다. 그런데 기도 시간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기도원 주위를 돌며 울어대어 기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또 다들 왜 오늘은 안 울지 궁금하여 명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민들은 기도 시간에 고양이를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리의 올리브나무에 매어두기로 했다. 수도사가 떠나간 뒤에도 고양이를 그 올리브나무에 매어두었다. 고양이가 죽고 난 뒤에는 이웃마을에서 고양이를 사와서 같은 자리에 매어놓고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하여 기도 예불 시간마다 고양이를 올리브나무에 묶어두는 것이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그 의식은 이웃 고을에까지 전파되어 그 지역의 관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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