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한다 김영국  (Homepage) 2020-01-31(금) 09:10:59, 10028

*후한 시대 환관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덩달아 관리들도 부패하여 백성들의 삶은 피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양진은 학문에 힘쓰고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여 ‘관서 공자’로 추앙받았다. 양진이 동래 태수로 임명되어 부임하는 길에 창읍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밤에 숙소로 한 손님이 찾아왔다. 창읍 현령 왕밀이었다. “태수님,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옛날 태수님의 은혜를 입은 왕밀입니다.” “아, 생각나는구먼. 반갑네. 어서 오게.” 양진이 형주 지사로 있을 때 그를 추천하였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두 사람은 밤이 깊도록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밤이 깊어 인적이 끊어지자 왕밀이 옷자락에서 황금 열 근을 꺼내었다. “이건 지난날에 저를 벼슬길에 오르게 해주신 은혜에 대한 보답입니다. 부담 없이 받아주십시오.” “허허, 이 사람 보게. 나는 그대 학식과 인품을 보고 추천했는데 이 무슨 짓인가. 그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었단 말인가?” ‘아닙니다. 이건 다만 제 성의입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받아주십시오.“ “아무도 모른다니, 이 사람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알지 않는가?(天知 地知 子知 我知)” *한 영적 스승이 후계자를 가리기 위해 아끼는 두 제자를 불렀다. 그리고 닭 한 마리씩을 주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가서 닭을 죽여 오라고 했다. 미션을 받은 제자는 서둘렀다. 한 제자는 집 뒤로 가서 금방 죽여 들고 왔다. 그러나 한 제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 식경이 지난 후 고개를 숙이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의 손에는 산 닭이 그대로 들려 있었다. “어디를 가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깊은 산 속까지 갔으나 이 닭이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하늘 땅 너 나, 넷이 아니라, 세상이 다 아는데도 아니라고 한다. 그들은 세상이 우스운가 보다. 닭이 아니라 세상 사람이 다 보고 있는데도 아니라고 한다. 그들에겐 사람이 닭만큼도 못하나 보다. 오웰의 <동물농장>이 자꾸 떠오른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설레기는커녕 이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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