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과 두 얼굴 김영국  (Homepage) 2019-09-26(목) 19:54:39, 6169

나는 두 얼굴의 소유자다. 이것을 70대에 알게 되었다. 알게 된 계기는 침대 머리맡에 손거울을 두고 눈 뜨자마자 얼굴을 보면서부터다. 늘그막에 얼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구안와사 때문이다. 깨자마자 누운 자리에서 한의원에서 주문한 혈 자리를 짚어야만 했다. 처음 한동안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밤새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구안와사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고 일어서서 체경을 보고는 역시나 하고 실망을 하곤 했다. 구안와사란 안면의 한쪽 신경이 마비되는 병이다. 그래서 양방에선 안면마비라 이른다. 신경이 제 역할을 못하니 그쪽 얼굴의 살들이 그냥 아래로 처진다. 그쪽의 이마 주름이 매끈하게 펴지고 눈꼬리와 입꼬리가 내려가고 내려간 볼살이 턱 아래 혹처럼 달리는 병이다. 누워 있을 때는 얼굴이 수평 상태이니 살들이 옆으로 펴진다. 일어서면 수직 상태가 되고 중력에 의해 살들이 일제히 아래로 처지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구안와사 뒤에 안구건조증이 찾아왔다. 침대 머리맡의 손거울을 치울 수가 없었다. 누워서 점안액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와사풍의 흔적에는 신경을 꺼버렸지만 그래도 누운 얼굴과 선 얼굴은 하나가 아니었다. 누워서 바라본 거울 속의 나는 한 20 년 전의 내 얼굴이다. 그 많은 주름들이 말끔히 사라진 얼굴이다. 50대에 찍은 증명사진의 얼굴이 손거울 속에 누워있는 것이다. 이게 웬일? 하고 일어서 체경을 보면 어느 새 그 주름살들이 고스란히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 중력, 매정한 중력의 장난 때문이다. 단언컨대 70대가 되면 너나없이 두 얼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관리를 해도 안면 피부의 탄력이 저 거대한 지구의 중력을 70 년 이상을 버텨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처럼 누워서 거울을 볼 일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두 얼굴의 소유자임을 모르고 저승에 갈 것이다. 내가 두 얼굴의 사람임을 알게 된 것이 다행일까. 불행일까. 무중력 상태에서는 과연 내가 50대의 얼굴이 될까. 중력이 지구의 육분의 일이라는 달나라에 가면 내 얼굴은 몇 년 전으로 돌아갈까? 나이가 드니 별 시답잖은 생각도 다 한다.^^ * 뱀 발 중력 때문에 두 얼굴을 갖게 되었지만 중력보다 더 무거운 세파 속에서 다중인격자 소리를 듣지 않고 살아온 것이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해본다. 그런데 채 예순도 되기 전에, 큰 세파도 겪지 않은 것 같은 사람이 이중인격자로 전락한 모습을 안쓰럽게 보고 있다. 문제는 그 사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핫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유 모 이사장과 공 모 작가다. 그 작가의 근작 <해리>가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주인공 이름이 ‘해리’다. 그녀는 위선의 극단을 보여주는 해리解離장애인이다. 그런데 작중 인물에 너무 몰입했는지 작가 자신이 해리가 돼버렸다. 해리가 해리解離인 줄 모르듯 작가도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있다. 그 두 분을 필두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대놓고 사슴을 말이라 우기고 있고, 거기에 최면이 걸린 듯 다중이 맞장구를 치고 있다.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6.25난리는 난리도 아니다.ㅠㅠ

최영도		교장선생님, 건강하시죠?조심스럽게 뱀 발까지 덧붙여 전해주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 사회의 직업별 기대수명 통계표입니다. 부동의 1, 2위가 종교인과 정치인 그리고 3, 4위가 정치인으로 가장 많이 변신하는 집단인 교수와 법조인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명성교회 담임목사 부자세습 사건` 그리고 잊혀 질만 하면 터져 나오는 `조계사 주지자리 쟁탈전` 그리고 2019년 9월 현재 우리사회를 가장 시끄럽게 달구고 있는 `조국교수 법무부장관 임명사건`........ 이런 상식을 뛰어넘는 사건들의 주체는 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작태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두 얼굴을 가진 집단의 특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교인들은 일반인들이 확인할 수 없는 `신의 이름을 빌려 건전한 상식을 뭉개버리고` 정치인들은 `국민의 이름을 빌려 건전한 상식을 뭉개버리고 `교수나 법조인들은 `알량한 그들의 전문지식을 들이대어 상식을 뭉개버리는 작태`를 보이는 집단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수명이 가장 긴 이유가 이런 짓을 하면서도 스스로 자기에게 도취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저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만큼 상식적인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 걱정스럽지만 국민도 국민 스스로 그런 무례한 집단들로부터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종교의 자유` 이고 , 올바른 `투표권행사`가 아니겠습니까! 중언부언 본문 보다 길어진 댓글 너그러이 용서바랍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2019-09-27 10:33:54
김영국		우리 선생님들은 10위 안에 못 드네요.ㅠㅠ 최샘 고맙습니다.	2019-09-27 14: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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