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여 결혼 좀 하시라 김영국  (Homepage) 2018-01-24(수) 16:16:09, 2525

가수 강산에의 노래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나온다. 북태평양 넓은 바다에 살던 연어가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저 옹색한 남대천으로 거슬러 돌아온다.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목숨을 걸고 온다. 오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하고 잡아먹히기도 하면서 상처투성이가 되어 소수만이 모천에 도달한다. 오로지 번식을 위해 그들은 무모한 여행을 해마다 반복한다. 식물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은 인간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여 수분하려는 의도다. 그 빛깔 그 향기는 번식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다. 워낙 작아 곤충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괭이눈은 꽃이 피어있는 동안에는 잎이 노란색으로 변색하여 곤충을 불러들이는 데 협조한다.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잎은 다시 녹색으로 돌아가 광합성에 돌입한다. 모든 생물은 번식에 온몸을 바친다. 그것이 유한한 개체의 생명을 연장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늘의 뜻이다. 그걸 못해내는 종은 도태되어 소멸한다. 수많은 종이 그렇게 소멸하였고 지금도 소멸의 막다른 절벽까지 다가선 동식물이 보호 대상이 되어 오늘 내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인구 절벽 앞에 섰다고 여기저기서 경적을 울리고 있다. 정부에서 출산을 늘리려고 온갖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해가 갈수록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 추세라면 2100년에는 인구가 반 토막이 되고 지방과 소도시부터 황폐화한다. 대도시 가운데 부산이 맨 먼저 사라지게 돼 있는데 2400년 무렵 부산의 마지막 아기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2700년쯤(그러니까 단군기원 5000년쯤 되겠네) 이윽고 대한민국이, 20세기 후반 잠시 반짝했던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그 종적을 감춘다. 춘원 이광수가 독립운동 한답시고 중국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중국의 한 촌부로부터 한 소리 듣는다. “독립운동 한다고 왜 외국에까지 와서 이리 고생하오? 고향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많이 낳으시오. 그게 가장 효과적인 독립운동이오.” 그때 춘원은 귓등으로 들으며 웃어넘겼겠지만, 그 촌부의 말이 선지자의 예언처럼 다가오는 요즘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나라를 사랑하고 겨레를 걱정한다면 무엇보다 아기를 많이 낳을 일이다. 그게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인구 5천만에 국민소득 3만 불의 고지에 올라설 전망이다. 세계 일곱 번째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앞 세대가 밀어붙인 추진력의 가속도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완만한 내리막은 어느 새 제동을 걸 수 없는 급경사로 변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안 낳으려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는다. 그러나 그런 거 헤아릴 겨를이 없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그런 계산하였으면 벌써 멸종되고 말았을 것이다. 연예인들이여 그대들이 앞장서 결혼을 하고 아기를 순풍순풍 낳으시라. 왜 애먼 연예인인가. 나는 한때 연예인을 두고 공인 운운 할 때 웃었다. 나라에서 돈 한 푼 안 주면서 사고만 치면 공인으로 몰아 매도하는 처사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연예인을 공인 중의 공인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특히 청소년의 본보기가 된다는 점에서 일개 국회의원이나 장관보다 몇십 배의 영향력 있는 공인인 것이다. 연예인들의 기부행위나 봉사활동 기사가 그것의 일반화에 큰 공헌을 한 것이나, 여자 연예인들이 예능에 나와 주량을 자랑하면서부터 우리 사회의 여성 음주가 양성화된 것을 보면 짐작할 것이다. 김건모 박수홍 김혜수 엄정화 등을 보며 얼마나 많은 노총각 노처녀가 위안을 삼으며 부모나 주위의 성화 앞에 그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울 것인가.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결혼을 하여 애기를 낳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의 비혼 분위기가 뒤집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 또는 방송국 등에서 기혼 내지 다자녀 연예인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애기 하나 낳을 때마다 1억씩을 주자는 아이디어도 (‘겸손한 제안’ -이상록) 일리가 있지만, 연예인에게 기대는 방안이 더 경제적이고 더 효과적일 것이다. 내가 연예인을 특히 지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돌 맞을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한 나라의 국력은 양질의 인구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이론 때문이다. 나는 한때 이 나라가 연예인 공화국이 되는 게 아닌가 개탄했다. 그러나 한류 열풍을 보며 내가 한참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특히 4차산업혁명 이후에도 로봇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연예인이 아닐까 생각하면 저들이 싱글로 늙어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자원의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외모, 목소리, 끼는 후천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은,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 가는 일본 중국과 견주어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그 위력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아마도 연예가 미래 대한민국의 밥줄이 될 것이다. 개인의 인권, 자유, 평등 등의 이유로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 나라가 나서야 한다. 그들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여건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역시 관건은 연예인들의 자각이다. 남다른 유전자를 타고 났으면서도 그 유전자를 자기만 누리고 끝낸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고 부모의 은혜를 배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나라의 부름에 불응하는 것이다. 한창 잘 나가는 중에도 때가 되면 머리 박박 깎고 씩씩하게 입대하는 아이돌의 모습은 귀엽고 든든하다. 연예인들이여 그 기개로 결혼 좀 빨리 하시라. 그리고 애기 좀 많이 낳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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